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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소년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인식 바꿔야죠”

등록 2016-10-09 19:35수정 2016-10-10 18:37

‘야자 기본권 침해’ 파문 이래 20년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정리
활동가 15명 인터뷰한 공저 출간

서울대 자퇴·병역거부 옥살이 ‘소신파’
아수나로 결성 10돌 전국 7곳 지부
자립 지원·대중조직 결성 등 추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

한국사회에서 청소년으로 불리는 나이는 대체로 9~19살이다. 청소년기본법은 범위를 넓혀 9살부터 24살까지를 청소년으로 본다. 공현(28)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어떤 기준으로도 청소년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청소년운동(이하 청운)을 얘기할 때 먼저 그를 떠올린다.

고3 때인 2005년 두발자유 집회 활동 등을 통해 청운을 시작했으니 11년이 지났다. 대부분의 청운 활동가들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다른 삶의 경로를 택했지만 그는 계속 머물렀다. 최근엔 청운을 이끌었던 활동가 15명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청운사를 정리한 책도 펴냈다.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공현·둠코 공저, 교육공동체벗) 그를 지난 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공현은 활동명이다. 본명은 유윤종이다. 청운 활동가들은 대부분 활동명을 쓴다. 직책도 없고 나이에 따른 위계가 없는 운동의 성격상 이름보다는 활동명을 쓰는 게 편하다고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도 장점이다. 공현은 한자로 ‘빈 활시위’란 뜻이다. “중학교때 노자의 <도덕경>에 빠져 인터넷 아이디로 정했다가 지금껏 쓰고 있어요.”

그가 책에 정리해놓은 한국청운사 연표를 보면 맨 윗줄에 1995년 피시통신 하이텔 게시글 파문이 놓여 있다. 당시 춘천고 1학년 최우주 학생은 야간자율학습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민원서를 게시판에 올렸다. 파장이 컸다. 하이텔에 별도의 게시판이 개설돼 학생들 중심으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듬해엔 토론방 학생 중심으로 ‘중고등학생복지회’란 이름의 모임도 생겼다. 이를 두고 공현은 ‘당사자인 학생들이 나서서 학교와 교육의 문제를 학생 기본권이란 개념으로 얘기한 최초의 사례’라고 썼다. 청운의 시작이다. 물론 이전에도 고등학생운동(이하 고운)으로 불린 활동이 있었다. 하지만 고운은 민주화운동과 변혁운동의 관점과 문화를 갖고, 교사나 대학생 운동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에서 청운과 구별된다고 했다.

그뒤 20여년 동안 청운은 두발자유와 청소년 참정권 보장, 학생인권법 제정, 일제고사 반대,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같은 의제를 붙잡고 싸워왔다. 그 중심엔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그들이 만든 네트워크가 있었다.

청운의 정확한 개념을 알고 싶었다. “나이 기준으로 미성년으로 구분되는 사람들의 해방과 권리를 위한 사회운동입니다.” 해방이란 단어가 흥미로웠다. “성인과 미성년으로 구분해 미성년을 차별하는 사회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죠.” 선거권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와 그가 속한 아수나로는 선거권을 18살, 19살처럼 나이 기준을 충족시켜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한다.

이런 지향성은 ‘성인 일반’과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4년 전 서울 진보교육감 후보 경선 때 아수나로 쪽은 선거권 나이 제한에 반대했다. 타협안으로 8살을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경선에 불참했다.

청운을 시작한 이후 청소년 인권에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는지 물었다. “제가 세운 목표치 기준으로 4분의 1 정도 진전이 있었죠.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두발 복장 규제가 완화됐죠. 최근 혁신학교인 서울 인헌고에서 학생 인권 강의를 했는데 지금 저같은 두발로 등교를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럼 나머지 4분의 3은? “학교 민주주의는 변한 게 없어요. 집회·표현의 자유는 10년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노무현 정부 때도 그렇고 지금도, 학교 안에 대자보를 붙이면 제재를 받지요. 청소년들은 정치와 상관없다는 인식이 여전하죠.”

아수나로도 올해 설립 10돌을 맞았다. 아수나로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 나오는 ‘불사’를 뜻하는 단체 이름을 본땄다. 서울·수원·광주·울산·부산·밀양·대구구미에 지부가 있고 회원은 70여명이다. 후원회원 160여명이 매달 140만원 정도의 후원금을 낸다. 두달에 한번 꼴로 전체모임(전국논의자랑)을 하는데 30여명 정도 모인다고 한다.

아수나로가 장수하면서 청운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잡은 배경을 물었다. “비청소년의 참여를 열어놓고 조직 안에서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위계를 없애려 노력합니다. 청운에 대한 관점이나 주장이 명확한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단체엔 30대까지 성인 활동가들이 꽤 되지만 서로 나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공현은 지난 4월 출판사 교육공동체벗에 취업했다. 4대보험이 포함된 고정급을 받는 직장은 처음이다. 그에겐 두개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서울대 자퇴생과 자발적 병역거부자.’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5학기까지 다닌 뒤 2011년 대학거부 선언을 하면서 자퇴했다. 병역거부로 2012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옥살이를 했다.

그에게 ‘비청소년 청운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물어본 뒤 바로 우문이었음을 깨달았다. “청운은 할 일이 많습니다. 깊고 넓어요. 지금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청소년 자립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죠. 다른 청소년 단체들과 함께 청소년 대중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어요. 올 겨울에 한국 현대사 속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정리한 책도 낼 겁니다.”

이번에 낸 책도 청운의 연장선 속에 있다. “11월에 고운과 청운 활동가들을 모아 출판토크쇼를 할 계획입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청운을 지지하는 ‘비청소년 그룹’도 만들 생각입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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