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년자치연구소 청소년들이 지난해 군산 은파호수공원에서 진행한 공감브릿지와 야외프리마켓 홍보 활동 모습.
이 주의 교육노트
“스마트폰으로 ‘그것’ 좀 안 했으면 좋겠구먼….”
‘디지털 이주민'은 아이 페북질이 한심합니다.
부모 상상처럼 말장난, 음란 사진만 오갈 수도 있겠죠.
반대로 페북에서 멘토 찾고, 트위터로 토론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원주민'에게 ‘네 땅을 떠나라' 안 통합니다.
‘그곳에서 현명하게 잘 살아봐' 알려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아침 등교 시간. 페이스북(이하 페북)을 둘러보며 친구들 소식을 살피고 안부를 전한다.
쉬는 시간. 틈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다 긴 글은 ‘포켓’ 앱에 저장해둔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포켓’에 저장해둔 프로그래밍 관련 페이지를 꼼꼼히 읽어본다.
점심시간. 업계 개발자들 점심시간과 겹치는 시간. 트위터에서 개발 관련 이슈나 프로그래밍 언어별 논쟁이 활발하다. 현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눈팅’하다 조심스레 참여해본다.
방과 후. 얼마 안 남은 과제 발표 준비를 위해 ‘에버노트’에 정리해둔 나만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한다. 평소 에스엔에스에서 알아둬야 할 정보나 인상 깊은 내용을 모아둬 발표 준비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가끔 내 생각을 정리한 글을 텀블러에도 올린다.
페북 메신저로 한 대학원 연구실에서 연락이 왔다. 페북을 보고 해킹보안동아리장인 나에게 ‘해킹보안 관련 인재육성 방법’을 물어와 성심껏 답변해줬다.
잠들기 전. 평소 롤모델인 ㅎ씨의 계정을 살펴보며 설레는 맘으로 잠에 빠져든다.
SNS 계정 있는 청소년 90% 넘어 정보공유·인간관계 등에 활용
관심 분야 진로탐색 도와주고 다양한 관계 맺는 통로 되기도
■ 에스엔에스에서 멘토 만난 김군 이야기
선린인터넷고 3학년 김도현군의 실제 에스엔에스 활용 사례를 참고해 재구성한 가상의 하루다. 김군은 중3 때 페북으로 에스엔에스를 시작했다. 당시 꽂혀 있던(?) 해킹과 컴퓨터 관련 분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정보에 목말랐던 그는 적극적으로 같은 관심 분야 사람들을 팔로하고 관계를 넓혀갔다. 자연스레 타임라인이 업계 관련 인맥과 정보들로 채워졌다. 이들과 교류하며 얻은 정보 덕에 지금의 아이티(IT)특성화고로 진학할 수 있었다.
김군은 지금도 하루 평균 4~6시간은 에스엔에스를 사용한다. 자취를 하는 그에게 유용한 ‘자취생 꿀팁’부터 아이티 관련 정보들, 최근 관심사인 글쓰기까지 대부분의 정보를 에스엔에스를 통해 얻는다. 사용하는 매체도 페북부터 트위터, 인스타그램, 텀블러, 핀터레스트까지 늘어났다. 에스엔에스에서 만난 멋진 선배들을 보며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꿈이 생겼다. 이를 위해 대학 진학도 결심하게 됐다. 김군에게 에스엔에스는 없어서는 안 될 인생의 친구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요즘 아이들을 일컫는 말, ‘디지털 원주민’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디지털 환경이 급속히 바뀌며 청소년의 삶에서 에스엔에스는 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그러나 자녀의 에스엔에스 사용을 두고 학업에 지장을 줄까, 중독은 아닐까 의심하며 갈등을 겪는 가정이 여전히 많다.
2. 같은 해 군산의 군대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관련해 토론을 하는 장면. 이런 캠페인들은 SNS를 활용해 더욱 널리 알린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제공.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실시한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중학생의 73.1%, 고등학생의 79.3%가 에스엔에스를 이용하고 있다. 중고생의 92.1%가 에스엔에스 계정을 갖고 있다.(청소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소셜미디어 활용 연구, 2015)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배상률 부연구위원은 “에스엔에스는 오늘날 청소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다. 소셜미디어는 가치중립적인 매체로 사용자의 역량과 사회 환경에 따라 청소년의 삶에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과다 사용, 사이버 불링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사회정책적 고민도 필요하지만, 에스엔에스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 과제 및 동아리 활동으로도 유용
김군처럼 에스엔에스를 통해 롤모델이 될 만한 우상들과 팔로를 맺고 직접 대화를 나누며 진로 탐색을 하는 것을 비롯해 에스엔에스를 ‘정보나 지식을 얻고 나누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청소년도 많다. ‘청소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소셜미디어 활용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 경험 질문에서 50.1%가 ‘학업 이외의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자주 얻는다’, 32.4%가 ‘학업 수행에 적절히 활용한다’, 40.2%가 ‘지식이나 정보를 공유한다’고 했다.
특히 요즘 학교 현장에서 소논문 쓰기 등이 활발해지면서 청소년들도 자료조사나 설문조사를 할 일이 많은데 이럴 때 에스엔에스가 좋은 창구가 된다. 또 동아리 프로젝트 등을 알리기 위해 에스엔에스를 활용하는 청소년도 많다.
에스엔에스를 통해 교과서 밖 사회문제에 눈을 뜰 수도 있다. 원혜연(부명고3)양은 중2 때 ‘아이돌’에 대한 관심으로 트위터를 시작했다. 한번은 <어벤져스>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던 중 여배우인 스칼릿 조핸슨에게만 듣기 민망한 성차별적 질문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여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었고, ‘젠더 권력’을 공부했다. 관련 팔로어를 찾아 응원하고 ‘후원 굿즈’를 사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는 원양은 “에스엔에스를 계기로 주변과 사회를 보는 비판적인 눈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초등교사가 꿈인 박나림(군산중앙여고2)양은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청소년 자치 공간인 ‘달그락달그락’에서 교육 분야 청소년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쓴 교육 관련 기사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학교, 학원 등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에스엔에스가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대인관계를 맺게 해주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앞선 연구에서 ‘소셜미디어의 기능적 혜택’을 묻는 질문에 73.6%가 ‘의사소통 편리’, 58.6%가 ‘새로운 시각 확장 및 타인의 의견 파악’, 53.4%가 ‘새로운 관계 형성 및 인맥 확장’, 50.1%가 ‘기존 친구관계 강화’를 들었다.
캐나다에서 3년을 살다 지난해 귀국한 박선영(군산영광여고2)양은 중학교 사춘기 시절을 함께 보낸 4명의 현지 친구와 페북 메신저를 통해 매일 이야기를 나눈다. 시차를 넘어 오가며 틈틈이 나누는 이야기들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 영어로 대화하며 영어 문장 실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박양은 “에스엔에스가 없었다면 직접 방문하거나 메일로만 소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친밀감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전했다.
■ 글쓰기 능력 자연스레 향상되기도
에스엔에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 생각을 부지런히 올리는 친구들일수록 생각지 않게 글쓰기 실력이 향상됐다는 얘기도 한다. 중학교 때 취미로 블로그를 운영했던 정가영(수원외고2)양은 “블로그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글을 쓸지, 글의 구도는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블로그에서 시작한 에스엔에스 활동은 평소 관심있던 국제 여성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 지금은 ‘아랍권 여성인권 보호’를 알리고 싶어 교내외에서 청소년기자단 활동도 하고 있다.
사실상 ‘디지털 원주민’ 세대들에게 에스엔에스는 ‘쓰되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정건희 소장은 “에스엔에스 인간관계 역시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통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정보 수용도 정말 중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힘이 있어야 한다. 두 가지 다 제대로 걸러내려면 많이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덕성여고 박한철 교사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사용하는 건 상관없지만, 대신 여러 매체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이든 연예계 뉴스든 입시 또는 멘토 얘기가 됐든 다양하게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에스엔에스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애 <함께하는 교육> 기자
dmsdo@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