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 발표
대학 자율로 유연학기제 운영 가능
학과개편 없이 여러 학과 융합해 새 전공 개설 가능
학생은 원 전공 이수 대신 융합전공만 이수할 수도
원격수업으로 졸업학점 20%까지 취득 인정
대학 자율로 유연학기제 운영 가능
학과개편 없이 여러 학과 융합해 새 전공 개설 가능
학생은 원 전공 이수 대신 융합전공만 이수할 수도
원격수업으로 졸업학점 20%까지 취득 인정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이 자율적으로 1년에 5개 학기 이상 운영할 수 있게 되고, 학년별로 학기제를 다르게 편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학과를 통폐합하지 않고 여러 학과·대학이 융합해 새로운 전공을 개설할 수 있고, 학생은 이런 전공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교육부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앞으로 어느 학과에 입학하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공부하였는지에 따라 학위를 인정받게 된다”며 “칸막이 없는 전공선택이 가능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교육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은 학과와 전공, 학교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학사운영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지금까지 대학들은 학년별로 2~4학기(계절학기 포함) 제만 운영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학기 이상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다학기제’ 도입이 그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이 ‘1학기-계절수업(학기)-2학기-겨울방학(또는 계절학기)’ 형태로 학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4주, 8주, 15주 등을 한 학기로 편성해 5학기 이상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년별로 다른 학기제를 운용할 수 있는 ‘유연학기제’도 도입된다. 예를 들어 1학년은 3개 학기로 편성해 1학기에는 오리엔테이션과 진로탐색을 한 뒤 2학기와 3학기에 수업을 듣고, 4학년은 4개 학기로 편성해 1, 2, 3학기엔 수업을 듣고 마지막 4학기에는 현장실습 학기로 구성해 현장실습을 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주말이나 야간, 학기에 상관없이 1학점당 15시간 이상 이수시간만 채우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학점을 딸 수 있는 ‘집중이수제’가 도입된다. 출석기준은 학칙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또 지금은 대학이 계절학기 등을 포함해 30주 이상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지만, 이 규정을 없애 교과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실험·실습 등 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학과나 전공을 만들지 않고, 여러 학과가 융합해 새롭게 전공을 만드는 ‘융합전공제’와 학생이 연계전공, 융합전공 등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해 이수할 수 있는 ‘전공선택제’도 도입된다. 융합전공제는 기존의 학과 간 연계전공을 발전시킨 형태로, 이런 전공제와 전공선택제가 도입되면 별도의 학과 개설 없이 ‘드론 전공’ ‘인공지능 전공’ 등의 새로운 전공 개설이 가능해지고, 학생들은 자신의 기존 학과 전공을 이수하지 않고도 이런 융합전공만을 이수할 수 있게 된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현재 고려대가 국문·영문·심리·컴퓨터학과 융합해 ‘언어·뇌·컴퓨터(LB&C)’라는 이름의 전공을 개설해 운영 중이지만, 별도의 독립 전공으로 인정되지 않고, 학생들도 자시의 원 소속학과 전공을 필수로 이수해야만 해서 ‘무늬만 융합전공’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석사학위를 딸 수 있는 여건도 완화된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석사학위 논문제출을 필수로 규정돼 있지만, 앞으로는 학칙으로 석사학위 취득요건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수업연한도 단축해 1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하고 대학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연구소나 산업체에서 쌓은 경력은 지금까지는 일부 산업대와 전문대에서만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반 대학(원)에서도 졸업학점의 20%까지 인정된다. 원격수업과 외국대학(원)에서 취득한 학점도 졸업학점의 20%까지 인정된다.
취업난 등으로 졸업 이수학점을 따고도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을 위해 ‘졸업유예제’도 학칙으로 명문화하도록 했다. 대학 외의 장소에서 수업할 수 없게 돼 있는 조항도 없애, 농어촌 지역민이나 전방 직업군인 등이 대학이 없는 장소에서도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국내 대학의 교육과정을 국외 대학에 수출할 수 있도록, 외국 대학이 국내대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국내대학 교원이 25% 이상 수업시 국내대학 학위수여를 허용하는 ‘프랜차이즈’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방침이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의 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비교정치학)는 “취업 위주로 대학이 학과와 전공을 조정하면 인문학 등 기초학문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안전장치 없이 급작스럽게 추진하기보다는 대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거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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