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국정화 추진 동력·명분 다 잃어
반대여론 거센 상황서 정부,
강행방침 고수하긴 힘들 듯
국정화 추진 동력·명분 다 잃어
반대여론 거센 상황서 정부,
강행방침 고수하긴 힘들 듯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면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가 박정희 정권 미화 등 편향적으로 서술된 것이 확인되면서 반대여론이 더욱 거세진데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국정화 추진의 동력과 명분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국민 절대다수의 반발에도 박근혜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만큼, 국정교과서 폐지를 위해 강경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9일)여·야·정 정책협의체를 제안한 것은 국민의 요구가 (대통령) 탄핵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국정농단으로 그동안 잘못 추진된 국정교과서 등 현안을 바로잡고 (국정을) 쇄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는 자세로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며 “그 시작은 역사국정교과서 등 박근혜표 정책의 집행을 당장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교과서는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 당론이고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국정교과서 철회 요구도 더욱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그동안 촛불집회에선 대통령 퇴진 요구에 가려 있었으나, 대통령 탄핵 이후 열린 지난 10일 7차 촛불집회에서는 국정교과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집회 현장 곳곳에서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국정교과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국정운영 바통을 넘겨받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정화 정책을 즉시 수정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도 지난 9일 “국정교과서 관련 일정은 탄핵 표결 결과와 무관하다”며 사실상 즉각 철회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결국 정부도 강행방침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교육부가 늦어도 현장검토본 의견수렴이 끝나는 오는 23일까지 국정화 철회나 유예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국정 농단’에 성난 촛불 민심이 이른바 ‘역사 농단’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탄핵안이 234명 찬성이라는 압도적 숫자로 통과됐다.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정책인 국정교과서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당장 이준식 교육부장관이 오는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변화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경욱 김미향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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