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 선서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60)씨의 조카이자 최순득(64)씨의 딸인 장시호(37)씨의 연세대 학사 특혜 의혹을 조사한 교육부가 장씨의 대학 졸업 취소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씨처럼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무사히 졸업한 연세대 체육특기자는 1996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연세대 현장점검 등을 벌인 뒤 이런 내용의 ‘장시호 관련 연세대 체육특기자 학사운영 특정사안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장씨는 1998년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한 뒤 1999년 2학기, 2001년 2학기, 2003년 1학기 등 모두 3번의 학사경고를 받았으나, 2003년 8월 졸업했다. 당시 연세대 학칙은 학사경고 3회 이상 받은 학생은 제적하도록 돼 있었으나, 장씨는 별 문제없이 졸업한 것이다. 연세대는 이런 내용의 학사경고 관련한 학칙을 2013년 개정해 체육특기자에 대해서만큼은 제적을 면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교육부는 또 1996년부터 2012년까지 전산자료를 확보해 체육특기자로 연세대에 입학한 685명 가운데 장씨처럼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졸업한 인원은 115명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체 인원 대비 16.8%가 학칙과 어긋나게 제적되지 않고 졸업한 것이다. 이 가운데는 학사경고를 10번이나 받고도 졸업한 학생이 1명, 9번이 2명, 8번이 8명 등 8번 이상 경고자가 11명이나 됐다. 학사경고를 7번 받은 학생은 4명, 6번 11명, 5번 21명, 4번 27명, 3번 41명이었다.
학사경고를 3회 받고도 졸업한 체육특기생을 종목별로 보면 럭비풋볼 29명, 야구와 축구가 각각 24명, 아이스하키 22명, 농구 15명, 승마 1명(장시호)이었다.
그러나 장씨를 포함해 학칙과 어긋나게 졸업한 115명의 졸업은 취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법률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제적되지 않은 115명의 체육특기자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소급해 학위를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학사경고는 대학 자체의 자율적인 학사 관리 수단인데, 학교 쪽에서 제적 등의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탓에 제적 대상자들이 졸업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에서 교육부는 연세대가 고등교육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학칙에 따라 적정하게 학위를 수여해야 할 책무를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부적절하게 학위를 수여한 경우, 위반 정도에 따라 입학정원의 10% 범위에서 모집정지나 정원감축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내년 2월까지 체육특기자가 있는 전국 101개 대학 가운데 체육특기자 재학생이 100명 이상인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 점검을 하고, 나머지 84개 대학은 서면으로 조사한 뒤, 다른 대학의 위반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정제재 수준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장씨의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장씨의 입학 관련한 자료를 연세대 쪽에 요구했지만, 학교쪽으로부터 자료 보존 시한이 지나 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현장 조사에서도 해당 자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1995년 현대고 1학년 1학기와 2학기에 14개 과목에서 ‘수·우·미·양·가’중 ‘가’를 받았고 당시 학급 석차도 53명 가운데 1학기에는 52등, 2학기에는 53등으로 최하위였다. 2∼3학년 때도 성적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장씨는 1998년 성적 장학금까지 받고 연세대에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해 특혜입학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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