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사춘기 브랜드 집착…사줄까, 말까

등록 2017-03-07 08:56수정 2017-03-07 09:01

[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둘째가 중학교 입학을 한다. 또래 엄마들한테서 자녀가 원하는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 가방을 사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예전의 일도 생각나고 해서 신경이 쓰인다. 큰애가 초등 3학년이 되고 얼마 안 지났을 때다. 여자 짝이 책상 넘어오지 말라며 표시를 한다고 했다. 처음엔 왜 색연필이랑 사인펜 쓰다 만 걸 가지고 왔냐, 그다음엔 넌 왜 아직도 유치하게 1학년 때 가방을 가지고 다니냐고 구박을 한 것이다. 우리 애가 그런 업신여김을 받았다는 게 참 화가 났다. 한편으론 1, 2학년 때 쓰다 남은 걸 모아서 12색을 챙겨준 내가 너무 무신경했나 싶었다. 그 여파로 둘째 딸내미한테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학용품 세트를 사줬고, 가방·옷 등에 조금 더 신경 썼다.

중학교 생활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교복만 해도 몇 해 전까지는 어떤 브랜드를 입느냐도 애들한테는 민감한 거리였다. 교복은 점점 학교주관구매로 정착되어가고 있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또래의 유행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남달리 돋보이는 특별함을 찾는 기류가 여전하다. 청소년기 발달과업인 자아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맥락에서 보자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다.

사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외적인 부분보다 내면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를 가지길 바란다. 그런데 이 바람을 소신있게 실천하기가 어렵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이 시절에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결핍을 맛보게 하는 게 쉽지가 않다. 아이가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그렇지만, 괜히 아이 기죽이는 게 될까 봐, 다른 아이들한테 무시를 당하고 따돌림을 당하게 될까 봐 염려하게 된다.

만약 가정형편에 무리가 되는 것을 아이가 원한다면 가정 사정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이러저러해서 사정이 안 된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힘들더라도 함께 조금 더 참고 노력하다 보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부모만 고생하면 되지 애까지 왜 기죽이냐는 식의 생각은 별 보탬이 안 된다. 무리해서 원하는 걸 다 해줘도 아이는 부모의 배려나 고통을 알 수 없다. 자기 욕구만 우선해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능력 없는 부모를 원망하기 쉽다.

형편이 되더라도 원하는 대로 해주다가는 아이의 절제력이 길러지지 않을까 봐, 가치에 대한 변별력과 흥미를 유지하는 힘이 약화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된다. “이 물건이 없으면 정말 곤란해지나”를 물어서 꼭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냥 단순히 갖고 싶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야 한다. “정말로 갖고 싶은가”를 확인해볼 수도 있다. 매번 생산적이고 가치있는 소비 선택을 할 수만은 없다. 우리에겐 생활에서 유희와 활기도 필요하다. 늘 의미있게 빡빡하게 살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물건을 샀을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사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뭔가”를 점검해보게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내적 가치가 키워질 것이다. 또한 뭔가를 얻는 데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뭔가를 포기하거나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