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취업률이 높은 이공계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수능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학탐구(이하 과탐)는 지난해 지원자 수가 1만3466명 늘어 전년 대비 3.8%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과탐 심화과목인 Ⅱ과목 지원자는 감소했다. 수험생들이 어려운 과목을 피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쉬운 과목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능 ‘물리Ⅱ’와 ‘화학Ⅱ’ 지원자 감소가 공학교육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학 공학 교육에 필수사항인 ‘물리Ⅱ’ 지원자는 지난해 3528명으로 4년제 대학 공학 계열 정원 8만9000명의 25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인원은 전년도보다 582명 감소한 수치이며, 생명과학Ⅰ(15만6733명), 지구과학Ⅰ(14만2012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Ⅱ과목 불균형도 심각하다. 물리Ⅱ와 화학Ⅱ에 비해 학생들이 쉽게 느끼는 생명과학Ⅱ(1만5891명), 지구과학Ⅱ(1만913명)를 선택하는 인원이 월등히 많다. 탐구 과목이 선택형이 되면서 어려운 물리Ⅱ 같은 과목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과탐Ⅱ가 필수인 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서울대의 과학탐구 두 과목 응시 형태는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및 Ⅱ+Ⅱ 두 조합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Ⅱ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대학도 있긴 하다. 한데 한양대는 3%, 단국대(천안) 의예과·치의예과는 5%, 울산과학기술원(UNIST)·광주과학기술원(GIST)·강원대(춘천) 정도에 그친다. 이 학교들은 10%씩 취득점수에 가산점을 준다. 최상위권 자연계 수험생이 서울대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Ⅱ과목을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일반고 학생들의 Ⅱ과목 노력 대비 성적 향상 효과가 미미하다 보니 3학년 때 교육과정에는 Ⅱ과목을 개설해 놓고 Ⅰ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 기계, 전기·전자, 컴퓨터, 화학공학, 신소재 분야를 지원하는 학생이 핵심 교과인 물리Ⅱ와 화학Ⅱ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학들은 이공계 신입생들에게 기초과학을 가르친다. 서울대는 물리Ⅱ 미수강 학생을 위한 ‘기초물리학’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고교에서 배울 내용을 대학 입학 뒤 하고 있으니 공학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과탐Ⅱ 선택 인원이 매년 감소한다면 이공계 학생 실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과탐 과목의 선택에 따른 학력 불균형이 공학 교육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 현재의 수능 과탐 선택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주요 대학 이공계 학과에서 물리Ⅱ와 화학Ⅱ를 필수로 지정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고교 교육과정도 그에 걸맞게 따라갈 것이고 선택과목 불균형도 해소될 것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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