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성적 된다고 교대 진학? 적성 안 맞아 후회할 수도

등록 2017-03-14 08:57수정 2017-03-14 09:06

[함께하는 교육] 교대 진학, 고민할 것들

취업난 속 희망직업 ‘초등교사’ 손꼽혀
상위권 “성적 되니 일단 넣자” 판단도
임용률 90%, 진학-직업 직접 연동
진학시 진로탐색 분명히 하고 가야

음·미·체 등 다양한 분야 공부해
정서장애·학습부진…이해할 수 있어야
“놀아본 적도 있는 교사가 적응 잘해요”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초등학교 1학년 라온반 어린이들이 지난 3월3일 오전 학교 강당에 모여 학교생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담임교사를 따라 정문을 살펴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초등학교 1학년 라온반 어린이들이 지난 3월3일 오전 학교 강당에 모여 학교생활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담임교사를 따라 정문을 살펴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취업 어렵다는데…교대 어떨까요?

“내신 1.3. 비교과 스펙 나쁘지 않아요. 어딜 가도 인성 중요하다고 해서 교육봉사 기본으로 해놨고요. 임원 경력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서 교대 준비할까 하는데 어떨까요? 취업이 힘들다고 하니까 부모님도 강추하시네요.”

올해 초 한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교사를 꿈꾸는 청소년이 늘어난다. 지난해 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6년 진로교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희망 직업 1위는 교사다. 교사 가운데서도 초등교사의 인기는 점점 높아진다. ‘교대 임용률이 사범대보다 높으니까’, ‘중·고교보다는 상대적으로 가르치는 게 쉬워 보여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교대 입시에서도 ‘학종’ 늘어나는 중

“각 고교 전교 등수 3등 안쪽 친구들은 다 넣는다고 보시면 돼요.” “하나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타의 모범이 된다’고 적혀 있죠.”

교육대학교(이하 교대) 입학사정관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 기준이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학생은 교대 합격 가능성이 크다. 소명여고 오수석 교사는 “교대 진학하려면 교직에 맞는 비교과 활동은 기본이고, 서울?경인 지역은 1.5등급 안쪽, 지역은 최대 2등급 초반에는 들어야 한다”고 기본 스펙을 설명했다.

이 기준보다 성적이 조금 낮은데 합격하고, 성적은 높은데 불합격하는 드문 사례도 나온다. 수능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전형이 아니라 수시전형 가운데 학생의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공적합성이나 학업 역량, 성장 가능성을 두루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선발한 경우 해당하는 일이다.

2018학년도에 교대는 지난해 3896명에서 7명 늘어난 3903명을 선발한다. 교대 입시에서도 수시 학종은 대세다. 전국 교대 10곳은 수시에서 56.8%, 정시에서 43.2%를 선발한다. 이 가운데서도 학종 선발 인원을 늘린 학교가 많다. 교대들이 2016년 중순께 발표한 계획을 보면 서울교대는 사향인재추천전형 선발 인원을 10명에서 20명으로, 경인교대는 교직적성잠재능력우수자전형 및 고른기회입학전형 선발 인원을 395명에서 463명으로, 진주교대는 21세기형 교직적성자선발전형 인원을 59명에서 105명으로 늘렸다.

지방 교대 인기도 높아졌다. 광주교대 조환채 입학사정관은 “최근 서울?경기권 학생들 지원도 과거보다 많이 늘어났고, 남학생들이 문을 두드리는 비율도 늘고 있다”고 했다.

학종의 경우, 비슷비슷한 성적대에서 학생을 변별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된 게 ‘면접’이다. 대부분 교대가 적성, 인성 부분으로 나눠 심층면접을 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요? 가르쳐본 학생 가운데 지원자를 가장 힘들게 한 학생이 기억납니까?”

춘천교대는 인성면접에서 이런 식으로 학생의 ‘과거 경험’을 묻는다. 이교혁 입학사정관은 “앞으로 잘할 거냐는 등 ‘미래’를 묻는 데는 누구나 ‘잘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과거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경험의 다양성’에 방점을 찍고 학생을 보려고 한다”고 했다.

경인교대는 학생부와 자소서 등 서류를 기반으로 한 개인면접, 수험생 4~6명이 집단토의를 하는 집단면접을 진행한다. 집단면접은 특정 주제를 주고 결론을 도출하는 식이다. 박창균 입학사정관은 “교과지식 등에 대한 주제는 아니고, 고교생이면 누구나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져놓고 토의해보게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과 태도 등을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주교대는 특별히 교직적성인성검사 차원에서 피에이아이(PAI, Personality Assessment Inventory)라는 성격검사도 한다.

내신 1등급, 꼴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교대가 학종 평가를 늘리는 배경과 관련해 사정관들은 “초등교실 현장에 맞춘 적성의 소유자를 선발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박창균 입학사정관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1등급만 받고 교과 공부만 해온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서 다양한 성격의 초등 아이들을 품고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한다”며 “공부를 성실하게 잘했는지도 중요하고 그에 더해 교직적합성, 경험의 다양성, 인성, 소통능력 등을 볼 수 있는 평가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고 했다.

교대 임용률은 평균 90%가 넘는다. 진학이 곧 직업세계 진입인 셈. “초등교사를 꿈꾸는 청소년들한테 이 직군에 맞춘 매우 실질적인 직업탐색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한 초등교사는 “나도 성적이 좋아 큰 고민 없이 교대에 들어왔는데 배워야 할 게 참 많기도 하고, 활동적이면서 소통능력이 뛰어난 사람한테 잘 맞는 공부여서 후회를 꽤 했다”며 “해외에선 고교 학생들한테까지 교직 실습 기회를 준다고 하던데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진로탐색 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한 예로 독일에서는 교사를 지망하는 고교 3학년 학생들한테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실습을 권장하거나 대학 4학년 2학기 때 학교 현장실습을 기간화하는 식으로 현장을 충분히 경험할 기회를 주는 교원양성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교대 생활은 절대 쉽지 않다. 올해 교대 2학년에 올라가는 최아무개씨는 반수를 결심했다. 지난 1년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교과서식 공부만 철저히 해왔던 최씨한테 단소 불기, 무용, 서예 등 다양한 것을 배우고 활동도 많이 해야 하는 학교생활은 부담스러웠다. 2학년 2학기부터는 실습을 나가는 것도 두려워졌다. 고교 때 이른바 ‘범생이’ 소리를 들으며 “너는 바른생활 학생이니까 초등학생들한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정한 진학이었다. 계속 다닐까 고민했지만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로의 진입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초등학교 교사가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인 상황도 알아두고 진로진학을 결정할 필요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늘었고, 학교폭력 등 각종 갈등 상황도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 자녀 가정이 많아 초등 자녀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초등교사한테 다양한 학생에 대한 이해력, 문제상황 대처 능력, 소통능력 등이 더욱 요구된다. 경기 한 초등교사는 ”수업뿐 아니라 쉬는 시간까지 교사가 함께하는 초등교실에서는 돌발 상황이 정말 많이 일어나는데 이에 대처를 못 해서 ‘화병’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경험 폭 넓은 교사가 현장 적응 잘해

최근 신입 초등교사들 가운데 다양한 경험치가 있는 교사들의 적응력이 더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조치원 신봉초 정광호 교사는 학창시절 학습이나 발달 등이 조금 느린 아이였다. 정 교사는 “이런 사연들이 있다는 게 교직 생활의 장점”이라고 했다.

“공부를 어려워하는 친구나 아픈 친구 등이 있으면 내 경험에 비춰 이해하고 응대할 수 있죠. 학부모 상담을 할 때도 ‘저도 학창시절 모범생이 아니었어요. 프로게이머 한다고 학교 안 간다고 하기도 하고 방황도 했죠. 공부도 잘 못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제 얘기를 들려드리면 걱정을 많이 덜고 가십니다. 아이들한테도 제 어릴 적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주는데 초등학생들한테는 선생님이 말해주는 실패, 어려움 등 다양한 경험이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된다고 봅니다.”

‘마술하는 선생님’으로 유명한 인천 발산초 김택수 교사는 이른바 ‘놀아본 선생님’으로 통한다. 김 교사는 “학창시절 가출도 해보고, 나이트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보는 등 방황한 경험이 있다”며 “단순히 방황을 해보라는 게 아니라 공부도 하면서 아르바이트·여행 등 정말 다양한 경험치를 쌓고 교대 진학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야 한다’는 겁니다. 30여명이 한꺼번에 떠들면 힘들 수도 있죠. 그럴 때 인상 찌푸리고 ‘머리 위에 손! 입 다물어!’ 식으로 짜증을 내는 교사라면 그 교사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 겁니다. 아이들이 진짜 좋으면 힘들어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교실을 함께 꾸려갈 수 있어요.”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