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세대갈등이 지역갈등보다 심각하며, 앞으로 세대갈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6년 5월부터 7월 중1~고3 청소년 6653명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세대문제인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세대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세대 통합을 위해 청소년들의 인식을 살펴본 것이다. 연구를 담당한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통합에 대한 대응방안이 주로 노년층에 집중되고 청소년은 세대문제에 주체로 인식되지 못했던 기존의 시각에서 탈피해 청소년을 세대문제의 주체로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의 세대갈등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72.1%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약간 심각하다’는 56.6%, ‘매우 심각하다’는 15.5%였다. 이는 ‘빈부갈등’ 88.8%, ‘이념갈등’ 76.8%보다 낮은 수치지만, ‘지역갈등’ 57.6%, ‘다문화갈등’ 71.9%보다는 높은 수치다.
세대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으니, ‘세대 간 사고방식 차이’라고 답한 비율이 3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세대 간 소통부족’ 23.6%, ‘경기침체 및 일자리 부족’ 13.9%, ‘세대간 문화적 경험 차이’가 13.8%로 뒤를 이었다.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견해는 66.6%로, ‘약간 심해질 것’ 43.1%, ‘매우 심해질 것’ 23.5%였다.
노인 세대에 대한 이미지도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가 엇갈렸다. 노인 세대와 관련된 문항을 제시하고 동의율을 물어보니, ‘지혜롭다’(77.6%), ‘사회에 도움이된다’(67.6%)와 같은 긍정 이미지에 높은 응답율을 보였지만, ‘경제적으로 의존적이다’(57.6%), ‘가치관이 지금 시대와 맞지 않다’(57.2%)에도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다. ‘젊은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문항에는 39.1%만 동의했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세대통합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17.2%만이 학교에서 세대통합 교육을 받았다고 답했고, 이마저 ‘교과서 내용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63.7%), ‘외부 전문가 특강’(41.2%) 등 강의식으로 이뤄진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각 세대가 서로의 경험, 지식, 기술을 나눌 수 있도록 함께 어울리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항목에 92%가 ‘그렇다’(73.4%) 또는 ‘매우 그렇다’(18.6%)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노인 세대와 함께 만나서 상호작용하고 접촉하는 기회는 제한돼있다. 학교에서 세대간 통합 교육이 체험형 방식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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