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휴대전화 단말기 개발자 김후종씨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휴대전화로 TV와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세상. 일상을 바꾸는 휴대전화의 진화는 쉼 없이 계속된다. 이 진화의 시작에 ‘휴대전화 단말기 개발자(터미널 엔지니어)’들이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 개발자는 엄밀히 말해 두 부류로 나뉜다. 휴대전화에 특정한 기능을 추가할 때 이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 그리고 이미 개발된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이 요구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 사실 두 일의 경계는 그리 뚜렷하지 않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전자·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신기술이 융합돼 만들어지는 것이고, 단말기 개발자는 각 분야 원천 기술 중에서 지금 시장에 내놓아 각광받을 수 있는 기술을 알아보는 ‘눈’과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 터미널 개발1팀 김후종(40) 부장은 자신이 “기술과 시장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단말기에 게임 기능을 추가한다고 할 때, 무조건 게이머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있는 게임을 선택할 수는 없거든요. 단말기 성격에 맞는 게임, 단말기에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해야 하고요, 그 게임이 아주 특별한 칩을 내장한 제품이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모든 제품에서 손쉽게 구현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 지, 이 기술을 추가했을 때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지는 않는지도 판단해야 하죠.” 공학도로 출발한 김 부장이 상품 기획과 마케팅, 관계사 관리 등 ‘경영’의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야 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부장은 1988년 엘지전자에 입사해 당시 최신 이동통신 기술로 각광받던 ‘삐삐’개발자로 일했다. 이후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표준화와 상용화에 관련된 일을 맡았고, 에스케이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휴대전화 단말기 개발자로 눈 코 뜰 새 없는 10년을 보냈다.
“한국은 휴대전화 최강국이잖아요.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꿈도 못꾸는 최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기에 필요한 신기술을 단말기에 추가해 시판하죠. 제가 하는 일이 ‘세계 최초’인 경우가 많아서, 공학도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 접하는 것, 앞으로 만들어낼 것들은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요즘은 이공계열 진학을 기피한다고들 하는데, 후배들이 좀더 열정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김 부장은 “세상이 공학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공학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