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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내 머릿속 지우개’ 된다

등록 2017-05-09 10:57수정 2017-05-09 11:01

활동보고서 기록 노하우

중간고사 끝, ‘비교과 활동’ 시작 시기
교과성적과 함께 학생부 기초 뼈대
자소서·면접 등에도 유용한 기록
한두개 맞춤형으로만 하지 말고
관심 생기는 분야 다양하게 경험하길
활동 내용보다 ‘깨닫고 변화한 점’ 중요
서울의 한 중학교 방과후학교 진로·진학 포트폴리오 수업에서 학생이 ‘진학 계획 및 전략’을 꼼꼼하게 적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의 한 중학교 방과후학교 진로·진학 포트폴리오 수업에서 학생이 ‘진학 계획 및 전략’을 꼼꼼하게 적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희대 자율전공학과에 다니는 김수혁씨는 고등학교 후배들 자기소개서(자소서) 지도를 종종 해주고 있다. 직접 학교에 찾아가거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영어 말하기대회 원고나 피피티(PPT) 내용도 조언해준다. 도움 받은 학생들이 “선생님보다 낫다”고 칭찬하거나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 고맙다고 인사할 때는 기쁘고 뿌듯하다. 자소서의 경우, 소재 선정이나 글의 순서 배치, 전체적인 흐름 등을 봐주는 식으로 지도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었다. “학생들이 활동은 많이 했지만 자소서에 어떤 내용을 쓸지 어려워했다. 이과 학생들은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아 문맥이 어설픈 경우가 많았다.”

그는 후배들에게 저학년 때부터 ‘활동보고서’를 잘 정리해두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그도 고교 1학년 때부터 써둔 활동보고서 덕에 자소서, 면접 등을 쉽게 준비했다. 고교 시절 학교에서 나눠준 보고서 양식은 참여 목적, 참여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한 것, 활동 내용과 이를 통해 알게 됐거나 변화한 것 등을 적게 되어 있었다. 단순히 ‘어떤 활동을 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분석 및 반성을 통해 깨달은 점과 전공 공부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다짐도 적을 수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활동보고서는 말 그대로 활동한 내용을 정리해둔 문서를 말한다. 이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활동상을 기록할 때나 자소서, 면접 등에 활용된다. 입시 때 닥쳐서 하려면 활동한 내용이 생각이 잘 안 나는 경우가 있다. 결국 그때그때 기록해두지 않으면 억지로 짜내는 수밖에 없다.

김씨가 쓴 양식을 만든 고대사대부고 정경영 교사는 “아이들이 열심히 활동한 것을 머릿속에만 담아두면 교사도 아이들의 변화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없다. 평소 활동 내용을 기록하면 포트폴리오도 되고 교사가 학생부 등에 자세히 기재할 수 있게 부탁하기도 수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은 학생부 내용을 쓸 때 학생에게 참고 의견을 듣는다. 이때 교사한테 막연히 “뻔한 문구다”, “다른 학생과 분량을 비교해 적다”고 하기보다는 본인의 활동 기록을 놓고 참고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얘기했을 때 “안 된다”고 말하는 교사는 적을 것이다.

무조건 한우물 파는 활동만 좋은 건 아냐

활동보고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활동의 내용이다. 요즘 대입에서 전공 적합성을 중요시하면서 학생들은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무조건 한우물만 판다고 좋은 건 아니다.

국제정치에 관심 많았던 김씨는 동아리를 만들어 모의 자치법정을 열었던 경험을 비롯해 남북통일이나 공공외교 분야 활동 내용을 주제로 보고서를 썼다. 과학탐구대회 참가, 스포츠 관련 활동 내용도 적었다. 얼핏 일관성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활동 내용을 기초로 ‘호기심이 생기면 연구하고 직접 알아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향’이라는 것을 입학사정관들에게 어필했다.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나 학과 이념과 연결 지을 만한 내용도 살펴봐야 한다. 당시 봉사나 희생정신을 중요시하는 대학은 학생회에서 봉사했던 내용을 적고, 지적 탐구심을 중요시한다는 대학은 동아리에서 심층적인 탐구활동을 벌인 내용을 썼다.”

최세은씨(서울대 인류학과 1)도 탐구보고서대회, 소논문대회, 교과 경시대회 등 웬만한 교내대회는 모두 참가했다. 대회를 통해 찾은 자신만의 특기사항이나 배운 점을 학생부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나 진로활동, 자율활동란에 적기 위해서였다. 학생부에는 간략히 활동 내용 위주로 적고 자소서에 살을 붙였다. 이 활동을 왜 했는지, 과정과 이후 느낀 점을 풀어서 쓴 것이다. “입학사정관 이야기를 들으니 학생부에 없는 내용을 자소서에 쓰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하더라. 자소서는 학생부 내용을 기반으로 쓰는 게 좋다.”

그는 “애초 인류학에 관심 있어서 인문탐구보고서대회에 나가고 관련 책을 읽었지만, 진로가 명확하지 않은 학생은 일단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을 해보라”고 추천했다. 자소서나 면접 때 활용할 글감을 만드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진로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활동 내용을 기록하는 데 품이 많이 들어 부담이 된다면 우선순위를 두고 적으면 좋다. 김씨도 “처음에는 공들여 적다 나중에는 시간 부담이 돼서 인상 깊었던 활동은 A4 한 장 정도로 적고, 대학탐방이나 진로꿈그리기대회처럼 사소한 활동은 날짜와 수상경력, 한줄 평만 남겼다. 대신 클리어파일 맨 앞 장에 활동 목록과 시기 등을 정리하고 상장이나 보고서, 참고 자료 등을 함께 보관했다”고 했다.

수업시간 아니어도 교과 연계면 ‘세특’ 기록

활동 소재가 충분하다면 학생부, 자소서, 면접 등에 이를 효율적으로 잘 녹여내는 게 중요하다. 학교생활우수자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윤혜준씨(연세대 자유전공학부 3)는 “활동 내용을 자소서에 녹일 때는 주절주절 어렵게 쓰기보다 두괄식으로 간결하게 쓰라”고 했다. “후배들 자소서를 첨삭하다 보면 말도 어렵고 갈등 극복 사례에 친구와의 싸움을 하나하나 나열한 경우도 적지 않다. 면접관은 무슨 일로 싸웠고, 거기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관심 없다. 해결 과정과 변화, 성장한 부분을 써라.”

뜻깊은 활동이나 전공 관련한 교내외 활동은 적극적으로 반영하되 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윤씨는 학급 정보부장을 맡아 인터넷이나 학교 누리집에서 분야별로 참여할 만한 대외활동을 정리해 교실 뒤편에 붙였다. 친구들 반응이 좋아서 학교 게시판에도 붙여 더 많은 학생이 볼 수 있게 했다. 정보 담당 교사를 찾아가 누리집에 올리지 않은 행사 공문을 알아보고 관심 있는 내용을 알리고 직접 참여했다.

“대외활동하면서 특목자사고 아이들에 비해 정보력이 떨어지고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부장이 학생회장이나 학급회장처럼 거창한 직함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했다. 자소서에 내가 했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대외활동은 학교장이 승인한 활동에 한해 학생부에 적을 수 있다. 기재 가능한 활동 자체가 많지는 않다. 최씨는 1학년 때 통일연구반 동아리를 만들어 펼친 활동을 학생부 동아리 활동란에 녹였다. “매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새터민 말벗 봉사도 하고 전국학생통일토론대회도 직접 개최했다. 대외활동이지만 동아리 소속으로 벌인 거라 학생부에 적을 수 있었다.”

교과발달 사항의 세특은 보통 교과 담당 교사가 결정한다. 세특은 수업에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학습 신장을 했는지 등을 적는 난이다. 일반적으로 주로 수업시간에 했던 활동을 적는다고 생각하지만, 교과와 연계한 내용이면 그 외 활동도 적을 수 있다. 최씨는 “평소 교사랑 관계가 원만하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면 수업 외 활동에 대해서도 기록해달라고 정중하게 말해보라”고 귀띔했다. “‘수업시간에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질문하고 집에 가서 조사해 추가 지식을 얻었다’라고 쓴 경우도 있다. 학생이 얘기 안 하면 교사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니까 스스로 잘 챙겨서 교사한테 정보를 주는 게 중요하다.”

자소서나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강남 쪽은 자소서나 면접 컨설팅 비용이 1시간에 50만원, 자소서 한 편 쓰는 데 100만원, 특정 대학 심층면접 대비 비용은 300만원을 웃돈다. 학생들은 보통 잘 쓴 내용을 베낄까 봐 서로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선배들은 “사교육에 의지하기보다 주변 친구나 선후배와 함께 준비하라”고 했다.

김씨는 7명 정도 친구들과 모여 자소서를 돌려보며 피드백하고 모의 면접도 했다. 그들을 통해 놓쳤던 부분도 알게 됐고 도움을 주고받았다. 그는 “힘든 시기 입시 동기로 서로 의지하고 작년에는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후배들도 우리를 보고 비슷한 방식으로 준비하더라”며 이 말을 덧붙였다. “얕게 살지 말라. 입시 때문에 활동하지 말고 뭐든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해라. 헛된 경험은 없다. 사소했던 경험도 살아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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