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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미안하다’…말만 하면 뭐 해

등록 2017-05-23 08:54수정 2017-05-23 08:58

[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어느새 우리집 둘째도 내 키를 한 뼘이나 넘어버렸다. 어쩌다 서로 껴안으려면 내가 아이 품에 안기거나 아이가 매너 다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내 말이나 마음이 아이한테 덜 닿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낯선 반응에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다. 어떨 때는 아이한테 “네 마음을 상하게 해서, 네 말을 좀 더 잘 들어주지 못해서,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반대로 “아까 엄마한테 심하게 굴어서 미안해”라는 사과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학교 아이들이나 학부모들로부터도 엄마랑 또는 아이와 냉전 중이라는 얘길 간간이 듣는다. 특별히 큰일로 싸우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집도 그 아이들 집도 보면 일상의 소소한 일로 서로 말을 주고받다 감정이 상하고 입을 닫게 되는 거다. 화가 나도 그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개입할지 적용이 어렵다.

아이와 언성을 높이고 충돌이 있고 나서 어색해지고 불편할 때 어떻게 풀면 좋을까. 부모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맞다. 아이의 실수나 잘못에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부모 자신은 그냥 조용히 지나가거나 남 탓을 하는 것은 아이 마음에 반항심을 심어두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다. 부모의 사과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존재를 인정받는 경험이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도 인정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실수나 잘못에도 너그러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부모의 ‘미안하다’가 먹히지 않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엄마는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한다고, 자기 마음은 아직 풀리지도 않았는데 그런다고.

이럴 때는 몇 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너무 잦은 사과가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사과의 진정성에 충분히 의심이 갈 수 있다. 또는 사과의 내용이 부실할 수도 있다. 무엇이 미안한지, 이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고 들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사과하면 아이는 더 격앙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다. 남아 있는 감정까지 모두 풀어낼 수 있어야 아이는 자신이 수용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듣는 태도 자체가 사과의 시작이라는 걸 아는 부모는 많다. 그런데 아이 감정이 풀릴 때까지 들어준다는 게 쉽지 않다. 바쁘고 피곤한 부모는 가장 중요하고 가까운 대상인 자녀를 의외로 우선순위에서 미뤄두는 경우도 많다. 뭐가 더 중요한가를 자주자주 환기하며 마음을 돌볼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론 아이를 너무 오냐오냐하고 받드는 것은 아닌지, 부모로서 권위 없고 만만한 대상이 되면 어쩌지 싶어 “미안해”라는 말이 주저되기도 한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부모의 진정한 사과는 아이를 따뜻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줄 것이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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