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 브리핑룸에서 박광온 자문위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재인 정부가 내년부터 연간 2조원에 이르는 어린이집 누리과정(무상보육) 예산 전액을 중앙정부에서 부담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마다 반복돼왔던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혹시나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속앓이해온 학부모들의 불안도 덜게 됐다.
누리과정은 국가가 보육 과정을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2012년 시작해 확대 적용되고 있는 보육·교육 과정이다. 올해 기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각각 2조원씩 총 4조원의 예산이 짜여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재원조달 계획 없이 누리과정 확대 적용을 공약하면서 예산을 모두 국고로 부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취임 뒤 재원조달 문제가 일자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명박 정부에서 누리 과정은 만 5살 아이에게만 적용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누리과정을 만 3~4살로 확대 적용하면서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던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교부금 증액 없이 시도교육청으로 넘긴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일부를 지방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 재정교부금(교부금) 안에서 이를 해결해야 했다. 교육감들은 이에 반발해 예산 편성을 미루면서 급식비, 방과후학교 수강권 등 교육비 지원사업 예산을 줄였다. 어린이집 교사에게 임금을 주지 못하는 ‘보육대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도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원 중 41%인 8600억원만 부담했다.
새 정부 방침에 교육청들은 일제히 반색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성명을 내고 “누리과정 부담으로 올해도 200억원 이상 감추경(예산 규모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누리과정의 국고 지원이 실현되면 막대한 지방채 등 재정난을 겪는 시도교육청이 시급한 학교환경 개선과 주요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다. 충남도교육청도 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각 시도교육청 예산을 옥죄고 채무를 유발했던 누리과정 예산의 전액 국고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사필귀정”이라며 “예산에 숨통이 트인 만큼 찜통교실 해소, 미세먼지 대책 등 안전한 학교 만들기와 참학력신장 등 교육혁신 사업에 예산을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환영할 만하지만 국가 부담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안순억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연구과장은 “교육계의 해묵은 과제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유아교육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했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갈등을 해결한 것”이라며 “문제는 구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재정 전문가인 김승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예산을 국고에서 전액 부담하면 교육자치 등 지방분권이란 가치를 실현하긴 어렵다. 지방교육 재정을 늘려 보육사업의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져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김미향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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