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기우 회장.
“새 대통령 업무 1호가 일자리위원회다. 새 정부 최대 과제인 청년 취업과 고용 창출을 위해 직업 교육을 바로 세울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전문대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지난 9일 출범하면서, 고용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전문대학들도 분주해졌다. 이기우(69)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을 지난 2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협의회 사무실을 만났다. 그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교육부 차관까지 올라 주목을 받았다. 2010~2014년 전문대교협 회장, 2015~2016년 한국전대학법인협의회 회장, 지난해 9월 다시 전문대교협 회장을 맡아 고등 직업교육의 기틀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직업 교육’이 부쩍 화두가 됐다. 안철수 후보는 입시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현 고등학교 체제를 진학학교와 직업학교라는 투 트랙 체제로 바꾸자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특성화고 비중을 50%까지 높여 중등 직업교육을 강화하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후보도 사립 대학 위주인 전문대학에 ‘공영형 전문대학’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고등 직업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하자고 했다.
이 회장은 “대학 입학생 35%가 전문대에 진학하지만 대체로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다. 하지만 전문대 학생들에 대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과 관심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대교협은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고등 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고, 당시 제기된 전문대 관련 정책 과제들을 6월 초 ‘고등직업교육에서 길을 묻다’(가제) 책으로 발간해 의제화할 예정이다. 전문대를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해 학술·연구 중심의 일반대학과 투 트랙 체제로 만들고,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을 활성화하는 ‘고등직업교육 육성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 안에 직업교육을 총괄지원하는 부서인 ‘고등직업교육정책실’을 신설하자는 안도 넣었다.
전문대학의 공공성 강화도 새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다뤘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고등 직업교육을 정부 책임으로 보지 않고 사학에 다 맡겨버린 상황”이라며 “외국의 전문대학은 거의 국비에서 지원하는데, 우리는 사립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137개의 전문대학이 있지만 국립대 1곳, 공립대 6곳 외에 98%가 사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보면, 전문대 재학생의 평균 59%가 국공립대학에 다니는 반면 우리는 2%에 불과하다. 멕시코, 중국, 스페인, 미국, 독일은 전문대학의 80% 이상이 국공립대학이다. 이 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자유학기제를 통해 자신의 장래 직업을 고민하는 요즘 10대들이 5~6년 뒤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되면, 옛날처럼 점수에 맞춰 무조건 4년제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닐 것”이라며 “미래의 학생 진로를 대비해 고등 직업 교육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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