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처럼 학생들이 직접 과목 선택해 수업 들어
학급당 학생수 18명으로 교실 이동 여건 갖춰
조희연 “내신 절대평가로 바꾸고 교사수 늘려야”
학급당 학생수 18명으로 교실 이동 여건 갖춰
조희연 “내신 절대평가로 바꾸고 교사수 늘려야”
“아이들이 직접 과목 선택하는 것 어때요?”(유은혜 국정자문위원회 위원)
“처음엔 이동 수업을 어려워하더니 지금은 정말 좋아해요.”(서울 도봉고 학부모)
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고 학생들은 각자 선택한 과목에 따라 각기 다른 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들었다. 본관 2층 교실에선 중국어 수업, 4층 교실에선 법과정치 수업, 가사실에서는 바느질 수업이 이뤄졌다. 수업별로 8명~2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모둠별 발표나 토론, 강의 등이 진행됐다.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사물함이 100여개 비치된 ‘홈베이스’ 공간에 들러 책을 챙긴 뒤, 다음 수업을 위한 교실로 이동한다.
국정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위원들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교육부 학교정책관 등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이날 서울 도봉고를 방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 ‘고교 학점제’를 구현하기 위해 학교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고교 학점제는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에만 매몰됐던 고등학교 수업을 대학처럼 과목을 골라 학점을 이수하는 식으로 바꿔, 학생 적성과 수준에 맞는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2004년 문을 연 서울 도봉고는 2010년부터 ‘학생 완전 선택형 교육과정’을 도입해 고교 학점제의 초기 모델이 되는 학교다. 송현섭 도봉고 교감은 “일단 우리 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18명으로 주변 고교가 35명 수준인 것에 비해 소규모이며, 고교학점제의 기반인 ‘선진형 교과교실제’가 이뤄졌다”며 “규모가 작다보니 소인수 과목의 학생 참여 교수법에 관심이 많았다. 여러모로 우리 학교는 여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교 학점제가 가급적 빠른 시기에 보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서울·경기·세종 등에서 이미 시범 실시된 만큼 2019년부터 보편적 실시에 바로 들어갈 수 있지 않나”라며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과목 선택이 좌우되지 않게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교사수를 늘려 선생님이 교육과정 코디네이터가 돼, 교사가 교수처럼 교장이 총장처럼 주도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위원은 “그 동안 학생들이 엎드려 자거나 수업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 적성에 맞게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해, 입시나 평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