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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또 당하고 왔구나”…순해서 늘 걱정

등록 2017-06-06 08:34수정 2017-06-06 08:51

[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며칠 전 상담을 받고 싶다며 온 학생이 있었다. 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초등 고학년 남동생이 또래 남자애들한테 놀림도 받고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걱정을 했다. 이 아이 말고도 우리 학교 누나들 중엔 남동생 문제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꽤 있다.

이 누나들의 걱정이 나에겐 낯설지 않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수줍음을 많이 타서 동네 점방에서 혼자 과자를 못 샀을 정도였고, 아들인 큰애도 온순한 편에 그리 활동적이지 않아서 친구관계가 늘 신경 쓰였다. 남자애들에게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초1, 2 때 주말축구교실 등도 보내봤지만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주변 부모들을 봐도 특히 아들의 성격이 내성적일 때 걱정이 많다. 여리고 순한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치이며 살아갈지 지레 근심이 된다는 것. 편견이나 선입견일 수 있지만 많은 부모가 동의할 거다. 책을 읽거나 혼자서 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온순하기 때문에 큰 말썽 부리는 일도 없지만 또래관계에서 치이고 소외당하는 느낌을 보이면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아이 자신도 괴로워하는 상황이면 어디까지 어떻게 개입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남자아이들 특유의 놀림과 집적거림에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도움을 줘야 하는데 해결책 찾는 게 쉽지 않다. 우리집 큰애도 초등 고학년 들어와 안정되는가 싶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또래 남자아이들의 소소하면서도 꾸준한 집적거림의 타깃이 되어 몸살을 앓았다.

내성적인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자기 색깔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필요할 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방어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 아이가 낯선 환경이나 대상을 접할 때, 자신 없어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때 엄마인 나는 어떤 태도를 보였나를 생각해보자. 아이가 부모의 지나친 간섭·강요나 비난에 위축돼 소심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 실수에 대한 불안이 커지기 때문에 관계를 잘 못 맺고 피하는 상황이 많아질 수 있다.

부모는 활달하고 외향적인데 아이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경우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아이를 답답해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며 격려하지만, 사실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며 억지로 등을 떠다민 것은 아닐까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아이를 걱정하고 답답해하는 부모의 표정과 행동 그 자체가 아이를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으로 설정해버린 셈이 될 수 있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아이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긍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친구들은 먼저 다가가 폭넓게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지는 못하지만 누군가를 천천히 깊게 사귈 수 있다. 단점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돕는 게 효과적이다. 자신만의 영역에서 만족감이 쌓이면 여유가 생기고 여러 변수에 훨씬 잘 대처하게 된다. 집적거리는 상대 아이들에게도 훨씬 더 유연하게 반응하고 휘둘리지 않게 될 거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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