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보습. 한겨레 자료사진.
교육부가 중3, 고2 학생들이 20일 치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실시 여부를 시·도교육청 자율로 맡겼지만, 의무적으로 시험을 보는 표집 학교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려다 시도교육청의 반발로 무산됐다. 애초 전수평가 때 선정된 표집 학교는 전국의 1.5% 규모였는데, 표집평가로 전환하면서 시험 5일 전 갑작스레 표집 학교를 두 배로 늘리려 했던 것이다.
교육부는 15일 “지난 14일 전국의 3% 수준인 948곳 학교를 표집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수정해 일제고사를 보는 표집 학교를 최종 474곳으로 결정했다”고 하루 만에 발표를 번복했다.
앞서 14일 교육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과도한 경쟁 교육을 완화하겠다”며 일제고사를 철회했다. 이날 오후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들이 대전광역시에서 모여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담당자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 관계자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관계자들은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현재 확보된 표집 대상 학교(전국 1.5% 규모)보다 두 배 더 필요하다. 전국의 3% 수준으로 표집 대상 학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표집 학교는 지난달 26일 학교 현장에 통보됐는데, 5일 안에 갑자기 표집 학교를 두 배로 늘릴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결국 교육부는 15일 각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기존에 확보된 표집 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되, 표집 학급수만 두 학급으로 늘려라”라고 통보했다. 일반적으로 표집 방법상 한 학교에서 한 학급을 표집해야 하는데 학교는 그대로 두고 한 학급을 두 학급으로 늘려 표집 학생수 규모만 맞추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표집 규모를 3%에 맞추려는 이유에 대해 “평가원 의견으로, 표집 과정에서 발생할 오차를 최소화하고, 교육청별, 지역 규모별, 학교 설립 유형별로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려면 3% 표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일 일제고사를 치르는 전국의 중3, 고2 학생수는 기존 교육부 목표대로 전국의 3% 수준인 3만여명(2만8646명)이 확보됐지만, 일제고사를 치르는 학교수는 최종 474곳으로 확정됐다. 교육부가 애초 목표한 학교수인 948곳에서 절반 규모다. 교육부 관계자는 “추가 표집할 학교 수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14일 전국 3%라는 표집 대상 규모를 밝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신속히 시도교육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표집 학교수를 더 늘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연구국장은 “시·도교육청은 이미 오래전에 1.5% 비율로 표집 학교를 선정했는데 교육부가 갑자기 3%로 늘리겠다고 하면서 혼란이 발생한 것”이라며 “교육부가 일제고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시·도교육청에 위임한데다, 실제 전국 3% 규모의 표집 대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발표해 교육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정기획위의 권고에 떠밀려 일제고사 철회를 결정한 뒤 후속조처들이 미흡하다”며 “시·도별로 알아서 결정하라고 해놓고, 표집 학교까지 5일 안에 두 배로 늘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정은주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