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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사고 ‘특권학교’ 폐해 없애려면 ‘우선선발권’ 막아야

등록 2017-06-28 21:56수정 2017-06-29 10:32

교육청·전문가가 말하는 문제점·해법
고입전형 일원화
자사고 전기전형서 상위권 빼가
일반고교와 같은 시기로 바꿔야

일괄 전환 또는 일몰제 도입
법령 개정해 모두 일반고 전환
또는 5년 재평가 때 순차적으로

일반고 악화 방지
상위권 학생 8.7%만 일반고로
고교 서열화 심화 막아야

계층 분리교육 해소
자사고에 고소득층 자녀 몰려
계층간 분리교육 일으켜
더불어사는 공감능력 약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둘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외고·국제중 운영 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 둘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외고·국제중 운영 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일괄 전환하거나 연차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외고·자사고가 어떻게 폐지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고·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초·중학교 사교육비를 증가하게 만들며 ‘계층간 분리교육’을 조장하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을 박탈하고 일반고와 동시선발하는 방안을 ‘개혁의 첫걸음’으로 제시했다.

■ 초중등교육법 고쳐 고입전형 일원화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외고·자사고 폐지 방식에 대한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을 공식 요구하며 ‘고교체제 개편 방안’ 로드맵을 제안했다. 1단계로 정부가 고교 체계 개편에 관한 필요성과 강한 정책의지를 천명하고, 국가교육회의에 ‘고교 체제 개편 지원 기구’를 설치한다.

2단계에선 외고·자사고 설립 근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6조를 교육부가 삭제한다. 방법은 두 가지인데, 즉각 개정해 외고·자사고를 일괄·전면적으로 폐지하거나, ‘일몰제’를 부칙에 넣어 재지정 평가 시기(2019~2020년)에 맞춰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몰제 전환 정도면 국민들의 공감대 폭이 넓을 것”이라며 단계적 폐지를 선호했다. 이 경우 외고·자사고는 폐지 이듬해부터 일반고 신입생을 뽑는다. 이르면 현재 중1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고입부터 적용된다.

이와 더불어 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0조를 개정해 전기와 후기로 나뉘어 있는 현행 고입전형 선발시기를 바꾸자고 했다. 학부모의 거센 반발로 당분간 폐지하지 못하더라도, 자사고를 일반고와 동시선발해 고교 서열화를 어느 정도 완화하기 위해서다. 일반고와 자사고가 동시 선발하면 자사고에서 탈락한 학생은 선호하는 일반고에 배정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사고 쏠림 현상이 줄어들 것이란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현재 고입 전형은 학교 유형별로 나뉘는데, 자사고는 전기라서 학생을 우선 선발할 수 있다. 일반고는 이 과정이 다 끝난 뒤에 학생을 배당받는다. 그 결과 성적 상위권은 자사고에 몰리는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석차가 10%에 드는 성적 우수 학생들을 매년 정원의 20% 이상으로 채우는 반면, 일반고에는 8.7%만 받고 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일반고에 진학하는 우수 학생들도 특권학교 진학에 실패한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혀 불필요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며 “최소한 특목고·자사고가 우선 선발할 수 없도록 선발시기를 통폐합하고 선발방법도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추첨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자사고가 폐지되면 교육의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앞으로는 다양성과 선택권의 관점을 (고교) 입학 단계에서의 학교 유형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개별 학교 내에서의 다양성과 선택권 확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 비싼 등록금 계층간 분리 낳아 외고·자사고 쏠림은 중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교 유형별 중·고교 사교육 실태’(2015년)를 보면, 자사고에 지망하는 중3 학생의 28.6%는 학원·과외 등에 다달이 100만원 넘게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이는 일반고 지망 학생(4.9%)보다 6~7배는 많은 액수다. 또 사교육 참여율도 자사고(89.3%)나 외고·국제고(84.5%) 지망 학생이 일반고(66.6%)보다 훨씬 높았다.

교육비에다 등록금도 일반고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탓에 외고·자사고는 계층간 분리 현상을 낳았다. 일반고는 아버지 51.9%, 어머니 34.8%가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인 반면에 자사고는 아버지 79.2%, 어머니 54.4%가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은 월평균 400만원 미만인 가정이 일반고에, 월평균 600만원 이상인 가정이 자사고에 몰렸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자사고 정책은 계층간 분리교육을 일으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인 공감 능력이나 더불어 사는 능력,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 등을 청소년기에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지적했다.

■ 고교 격차는 대학 격차로 고교 격차는 대학 격차로 이어졌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일반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을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구분해 보면, 2011년엔 일반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71.9%였지만, 2016년엔 51.3%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과학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도 같은 기간에 23.2%에서 15%로 줄었고, 대신 2013년부터 입학한 자율고 출신이 17.2%에서 25.9%로 크게 늘었다. 2016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2353개의 고교 중 영재고, 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 우선선발권을 가진 유형의 고교(특성화고 제외)는 4.8%(112개)에 그친다. 정은주 김미향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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