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혈연 가족만을 ‘건강가정’으로 정의한 법
1인 가구·한부모가구 등 정책적 지원 어려워
“현행 법에서 ‘가족’의 의미 재정의 해야”
1인 가구·한부모가구 등 정책적 지원 어려워
“현행 법에서 ‘가족’의 의미 재정의 해야”
혼인이나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가족만을 ‘건강가정’으로 정의해놓은 현행 법을 개정해 1인 가구,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을 포괄하도록 현행 법에서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 청문회에서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기에 제정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법 개정이나 보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나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가구들을 배려하면서 이에 따른 맞춤형 지원제도를 개발할 수 있을지 적극 살펴보고 실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정 후보자에게 “가족의 의미에 대해 여쭤보겠다. 우리나라의 건강가족기본법 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 단위’로 정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금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많이 늘고 있고, 혈족이 아니지만 실제 생활을 가족처럼 영위하는 실질적 가족 단위가 많은데, 법의 보수적인 정의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1인 가구,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정책이 빠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다.
건강가정기본법이란 “가족구성원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강화해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2004년 제정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에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고 돼있어 혼인과 혈연, 입양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1인 가구, 싱글맘, 한부모 가족 등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혈연에 의한 가정만이 ‘건강 가정'이라는 왜곡된 규범을 재생산할 우려 등이 지적돼왔다. ‘가족지원기본법’으로 개정해 가족의 정의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법 제정 이후 끊이지 않았다.
앞서, 정 후보자는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건강가정기본법 제정 이후 가족을 둘러싼 사회환경을 반영해 법 개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의 ‘건강가정’을 중립적인 ‘가족’으로 변경해 새로운 가족정책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다양한 가족정책 수요를 파악하는 정책 대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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