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취임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일성으로 밝힌 ‘교육 사다리 복원’은 지난 9년의 보수정권이 추진해온 경쟁 위주 교육이 양극화와 기회불평등을 낳았다는 비판과 함께, 새 정부는 공존과 협력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학교와 교육 전 영역에 깊게 뿌리내린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책을 추진할 때엔 이행할 수 없는 백 개의 이유보다 이행 가능한 단 한 개의 가능성을 찾고 또 찾아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소통’과 ‘여론’을 빙자한 두루뭉술한 눈가림용 정책을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역사 국정교과서 국정화’를 우리 교육의 대표적 적폐로 지적하며, 교육부도 교육개혁의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교육부 해체가 공약으로까지 등장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된 배경과 원인에 대해 뼈저린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기득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권력이 오만함으로 국민들에게 비쳤던 교육 정책과 제도를 처음부터 새롭게 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교육개혁 과제로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대입제도를 단순화해 대학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그대로다. 김 부총리는 “자사고·외고 문제 및 특권교육의 폐해 등과 연계해 고교 체제 전반을 총체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교육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확대한 자사고·외고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전국적으로 외고는 31곳, 자사고는 46곳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취임식 뒤 기자들과 만나 “자사고·외고는 설립 목적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경쟁교육을 왜곡, 심화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0조를 바꿔 자사고·외고의 우선선발권을 없애 고교 서열화를 완화하거나 설립 근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76조를 삭제해 이 제도를 일괄 폐지하는 것이다.
대입 개혁은 현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전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하는지와 대입 전형을 얼마나 단순화하는지가 핵심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한국사 영어 절대평가는 (수능 모든 과목 절대평가의)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며 수능 절대평가를 모든 과목으로 확대하는 게 원칙임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단계를 둘 것인가 안 둘 것인가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결정은 다음달 초에 나온다. 대입 전형과 관련해선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 전형으로 단순화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논술·교과 특기자 전형을 축소 폐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부총리는 “고교 무상교육을 통한 보편교육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의무교육 범위를 현행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수업료, 교과서 대금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으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모두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며, 우리나라 고교 진학률은 99.7%로 이미 보편교육이 돼 그 필요성은 분명하다. 다만 재원 마련이 문제다.
세종/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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