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30도까지 치솟은 14일 오전 11시께 광화문광장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 20명이 3천배를 올리고 있다.
14일 오전 11시께 광화문 앞.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20명이 두 손을 모아 절을 올리고 있다. 모자를 눌러썼지만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이글거리는 시멘트 바닥에 깔아놓은 스티로폼도 같이 달아올라 벗은 발바닥은 빨갛게 익었다. 목에 두른 수건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고 보호대로 감싼 무릎도 땀으로 끈적거린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 탓에 눈을 연신 끔벅거렸지만, 자세는 마지막 3천배까지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날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중앙집행위원들의 3천배 마지막 날이었다. 이들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매일 300배씩 열흘간 절을 올렸다. 전교조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촛불혁명 진원지인 광화문광장에서 3천배를 하며 정부를 다시 광장에 호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비가 오든, 볕이 내리쬐든 절을 올렸지만 정부는 끝내 응답하지 않았다.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을 문재인 정부가 바로잡을 수 있음에도 침묵·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0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내몰았다.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1999년 제정)이 노조 가입자격을 ‘재직 중인 교원’으로 한정한 교원노조법 2조에 어긋난다며 전교조에 “노조로 보지 아니함”이라고 통보했다. 당시 6만 조합원 가운데 박근혜 정부가 문제삼은 해고자는 단 9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낡은 조항이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해고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교원노조법 조항은 결사의 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 개정을 줄곧 요구해왔다. 이날 3천배를 마친 전교조 중앙집행위원들은 땀범벅인 채로 부둥켜안으며 “애썼다”고 서로 격려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폭우와 폭염 속에서도 참교육, 참세상의 소망을 가슴에 새기며 절을 올렸다”며 “적폐를 청산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교조는 3천배를 마쳤지만, 농성은 계속 진행한다. 이들은 47일째 광화문광장에서 철야농성 중이다.
글·사진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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