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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세살 아기 엄마도 자사고·외고 폐지 원합니다” 장하나 전 의원

등록 2017-07-19 11:09수정 2017-07-30 12:09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인터뷰
19일 “특권학교 폐지하라” 1인 시위 벌여
“0세 때부터 사교육 광고…경쟁교육 폐해 느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지옥에서 태어난 셈
시위하는 자사고·외고 엄마들도 결국 같은 마음
외고·자사고 보낸 진보 인사들 해명 공감 안 돼”
19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장하나 전 국회의원(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이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 즉각 폐지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19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장하나 전 국회의원(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이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 즉각 폐지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20개 시민단체들이 외고·자사고 폐지를 위해 모인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은 지난 4일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인 장하나 전 19대 국회의원도 19일 오전 8시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 즉각 폐지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1. 2015년에 태어난 딸 두리가 아직 세 살인데, 외고·자사고 폐지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0세 사교육’이란 말 들어보셨나. 영어 유치원, 일어 유치원, 중국어 유치원도 있다. 외고·자사고 체제가 결국엔 비뚤어진 교육열로 나타나고, 사교육 시장을 너무 방만하게 만들고 있다. 그 시작이 산후조리원에서 시작된다. 산후조리원에 앉아 있으면 영유아 대상 교구, 교재 파는 분들이 영업하고 시연한다. 교육이라는 게 중3이라는 한 시기, 고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등학교 이후에도 문제다. 현 고교 체제가 전체 교육의 시스템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제가 나온 이유는 또 있다. 제 딸 한 명은 사교육을 안 시키고 살 수 있지만, 우리가 혼자 무인도에서 사는 게 아니다. 동시대 같은 또래들과 지역 공동체, 국가 공동체들을 만들어야 하기에, 교육문제는 내 자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세대’의 문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만큼 교육 문제에 관심이 가진 않았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까 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전반을 바꾸지 않고는 어렵다고 느꼈다. 제가 어릴 때부터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 사교육 과잉 등이 다 문제가 됐었다. 제가 40대 초반(41살)이 되어보니 대한민국 교육은 더 망가져 있더라. 자식을 낳고보니 더 퇴보했다고 느껴진다. (무엇이 퇴보했나?) 제가 일 때문에 오이시디 보고서 이런 걸 자주 본다. 오이시디 지표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핵심 문제는 ‘양극화’다. 국민들 간에 극심한 양극화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고,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 일반고와 외고·자사고를 분리시켜 양극화 시키고 특권화 시킨다. 양극화 조장하는 교육이다. 그래서 외고·자사고 폐지 운동도 ‘특권학교 폐지 운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2. 두리가 중학교 2학년이 되는 2030년에 고입 대비 학원에 간다고 하면 보내실 것인지? 중학생이 된 두리가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며 학원의 외고·자사고 대비반에 보내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야 당연히 안 보낸다. 이런 문제들을 개인이 선택하게 만들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온다.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사교육 시키지 맙시다’하는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가 정치사회운동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다들 학원에 가고 사교육에 의지하는 상황에서 내 자녀만 고고하게 학원에 안 보낸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에 두리에게 이런 일이 진짜 발생하면, 보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학원에 보내지 않더라도 내내 불편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아예 고민할 필요 없도록 학원이 없는 지역으로 이사갈까 싶다. 아이가 초등학교에만 가도 학원을 고민해야 하는데, 학원이 아예 없는 시골로 이사 가고 싶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데 주어진 환경에서 나만 의지로 학원에 안 가는 것 쉽지 않다. 다들 학원에 가는데 교실에서 홀로 학원에 안 다닌다면 아이도 불편할 것이다. (한국에서 학원 없는 지역 없다. 학원이 없어도 학습지가 있다) 학습지가 있군요 ㅎㅎ

19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장하나 전 국회의원(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이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 즉각 폐지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19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장하나 전 국회의원(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이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 즉각 폐지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섰다.
3. 여러 진보 인사들이 자녀를 외고나 자사고, 강남 명문고에 보내 비판을 받고 있다. 자녀는 엄마와 다른 인격체인데, 두리가 엄마 인생과 별개로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며 외고·자사고를 선택하겠다고 하면?

-이렇게 이야기하면 두리가 싫어할까…. 16살(만 15살) 넘으면 아르바이트 할 수 있으니까 돈 벌어서 가라고 할 것이다. 아이의 선택에 100퍼센트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말 나쁜 엄마 같지만, 저는 단호하다. 이런 식의 교육이 한 인간에서 도움이 안 된다. 고위 공직자나 교육계 수장들이 명문학교에 보냈다는 이야기를 언론으로 접할 때, 저는 아이의 선택이었다는 말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많은 부모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에 진정성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와닿지 않았다. 아이들이 특출 나서 사교육 없이 자사고 외고 들어 갔을까? 아이들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사교육을 제공한 건 부모이고, 부모의 선택이기도 하다.

4. 두리가 고입을 준비할 중3이 되면 우리나라 고교 체제가 어떻게 변했으면 하는가. 2031년 우리나라 고교 체제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면?

-이건 답정너인데 ㅎㅎ 직업고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중학교,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이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게 교육철학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뭐할 때 행복하고 재밌는지 스스로 발견하게 해주고, 이를 발견했을 때 그 길을 같이 손잡고 걸어줬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부모가 다 못한다. 부모가 대안적인 교육을 전적으로 제공하기 힘들다. 여러 전문성을 가진 선생님, 학교가 제공해주고 또래들과 세대를 이루며 만들어 가야 한다. 요새 학교가 직업 체험, 견학이란 걸 많이 하더라. 1년 365일이 직업체험이어야 한다. 졸업하는 애들이 성인이 됐을 때 가장 행복한 길로 발을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대학졸업 후에 방황을 시작하고 이것저것 해본다.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아무리 늘었다고 하지만 개인들을 이렇게 방황하게 만드는 교육은 너무 잘 못 됐다. 인생을 좀 먹는 게 현재 교육의 폐해다. 저는 가난한 편이라 사교육 비용이 엄두가 안 나지만 돈만이 아니라 아이들 시간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귀한 시간, 보석처럼 빛나는 시간을 어른들의 무지와 교육을 갖고 장사하는 어른들의 욕망 때문에 수많은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갉아먹는다. 이게 교육의 폐해다.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누구하나 여기서 죄가 없는 사람 없다. 아이들만 죄가 없다. 아이들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권리는 ‘놀권리’다. 아이들은 곧 먹고 자고 싸고 놀고다. 평생에 원없이 놀 시기에 놀권리를 빼앗은 것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다보니 엄마 말을 당연히 안 듣는다. 그런데도 ‘요새 애들 버릇없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된다.

-우리 어릴 때는 체벌이 당연시 됐었다. 저도 선생님들하게 숱하게 맞았다. 수학선생님 와서 때리고, 영어선생님 와서 때렸다. 학교가 일상적인 폭행의 공간이었다. 요즘 체벌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못 놀게 하는 것은 체벌에 상응하는 아동학대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동학대 사회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지옥에서 태어난 셈이다. ‘0세 사교육’ 광고문구를 봐라. 영유아 교재교구 상품 판매할 때 보면, 아이들의 뇌가 3세까지 80퍼센트 완성되기 때문에 지금 시키셔야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 광고문구 읽어보면 “아이들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녀서 학습 기계와 같은데 시간이 갈 수록 양초에 불이 꺼져 천재성이 줄어든다” 이런 식이다. 세 살 전에 아이를 바짝 시키면 내 아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누가 뭘 팔든지 시장 자율이라 하지만 교육은 철저하게 국가가 100%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100% 책임질 영역이 의식주와 의료, 교육이다.

5. 외고·자사고 학부모들은 연합회를 만들어 폐지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반면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바라는 학부모들은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편이다. 특권학교폐지운동에 학부모의 목소리가 중요한 까닭은? 학부모가 나서서 발언하는 의미는?

-교육운동에 길을 열어온 많은 시민단체들이 있지만,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은 비교적 자녀 연령대가 낮다. 저는 이렇게 본다. 과연 교육운동이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엄마들이 폭력적으로 경력 단절이 된다. 그런데 우리 엄마들은 사교육이며 학원이며 다닐만큼 다닌 사람들이다. 2030 엄마들은 아이들과 교육 경험에 있어 큰 차이가 안 난다. 아이엠에프(IMF) 세대들이 극한의 경쟁 속에 청소년을 보내고, 노동자가 됐지만, 임신·출산과 더불어 폭력적이고 위법적으로 부당해고, 경력단절 된다. 경력단절은 부당해고와 같은 말이다. 이런 걸 엄마들이 다 겪는다. 엄마들이 자아실현할 기회를 박탈 당하고, 엄마들이 자기 삶을 못 사니까 아이들을 통해 못다한 자아실현을 하려고 한다. 육아, 교육이 자기 삶의 전부가 되어 자기 삶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자기 삶이 찾아지는 것 아니다. 엄마들이 겪는 경력단절, 독박육아, 왜곡된 교육열이 엄마 자신의 삶하고 무관하지 않다. 엄마가 자기 인생을 잘 살면 자녀 시험, 자녀 스케줄이 무슨 상관이냐. 아이 시험 공부는 아이가 해야죠. 엄마는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 아이 좋은 것 먹이고 잘 놀게 하는 게 엄마의 소임이지, 아이 진로에 대한 탐색은 엄마가 못 해준다.

-저는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서 음악가도 되고 싶었고 화가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예체능은 가난하면 못 꾸는 꿈이다. 성인이 되어 정치를 하며, 아이들을 굶기는 것만큼 잔인한 사회가 아이들의 꿈을 빼앗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화가를 해서 가난한 사회 말고, 가난해서 화가가 못 되는 사회는 ‘미친 사회’다. 아이들에게 가능성, 잠재력을 빼앗는 사회는 나쁘다. ‘가난하니까 공부 열심히 해라’ 이런 말이 너무 싫었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0세 뇌교육’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학교에서 그리고,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해야 한다. 엄마가 사교육에서 돈을 더 써야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집에 돈이 있는 집 애들도 꿈 없이 살기는 마찬가지다. 맹목적으로 입시 준비만 한다. 일반고를 가든, 자사고를 가든, 지금은 행복한 국민을 한 명도 못 키운다. 그래서 자사고·외고 학부모들이나 졸업생들이 폐지 반대를 위해 집회·시위하는 이유가 정말 이해된다. 내가 들인 돈만큼 특권 유지를 위해 저항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하는 운동이 그들이 하는 운동과 대결구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한 명도 행복하지 않다는 면에서 우리는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사람 대체 누가 있나.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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