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서울시립대 등의 서남대 정상화계획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2일 밝혔다. 설립자의 수백억원대 교비 횡령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서남대는 결국 폐교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서남대 교수협의회 등은 “대학 재학생의 학습권과 교수의 생존권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시립대와 삼육대 모두 재정기여 없이 의대 유치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서남대 교육 여건의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서남대 정상화의 핵심 요건으로 꼽은 ‘설립자 이홍하 전 총장의 교비 횡령액(333억원) 변제’에 대해 두 대학 모두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교육부는 “두 대학이 제출한 ‘정상화계획서’가 그대로 이행되면, 교비 횡령 등 비리 책임이 있는 인사가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시립대는 지난 5월 △교육부가 서남학원 종전이사 중심의 정상화를 승인 △시립대의 서남대 남원캠퍼스 인수 △종전이사가 그 매매대금으로 설립자의 횡령액 변제 등을 순서대로 이행하겠다고 교육부에 약속했다. 종전이사란 이홍하 전 총장과 가까운 옛 이사진을 가리킨다.
삼육대는 서남학원 종전이사 쪽과 손잡고 정상화계획을 냈다. 삼육대 등은 서남학원에 속한 한려대 매각대금과 종전이사의 재산으로 이 전 총장의 횡령액을 갚은 뒤, 서남대 남원캠퍼스를 삼육대 쪽이 인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비리를 저지른 종전이사 쪽을 중심으로 학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짚었다.
시립대 등이 낸 서남대 정상화계획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서남대는 결국 폐교 수순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폐교를 포함한 강력한 구조개혁 방안을 확정해 이르면 다음주께 발표할 예정”이라며 “현실적으로 폐교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날 결정에 대해 서남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은 ‘적폐세력을 편드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립대를 통해 서남대를 인수하고자 했던 서울시도 교육부의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서남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시립대의 서남대 인수를 공식 지지해왔다.
김철승 서남대 교수협의회장(임상병리학과 교수)은 “교육부가 재학생과 교수, 교직원의 정상화 염원을 외면한 채 폐교부터 거론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폐교가 이뤄지면 설립자 이홍하 전 총장은 되레 횡령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데, 누구를 위한 폐교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립대가 의대 유치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교육부 주장과 관련해 “의대 외에도 보건학부를 공공보건대학으로, 예체능학부는 농생명과학대학으로 개편하는 등 서남대 정상화 및 지역상생 계획을 제출했다”며 반박했다. 재정기여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횡령을 저지른 당사자가 내야 할 333억원을 인수자한테 갚으라고 하는 건 횡령 책임을 면제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 시민 세금으로 비리 사학재단의 횡령액을 보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시는 서남대 남원캠퍼스 땅과 건물 매입비, 교직원 고용승계 비용으로 394억원을 내는 등 5년간 모두 207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남은주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