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입학식 뒤 일주일간 경기도 가평으로 여행을 간 서울 오디세이학교 학생들은 몸으로 부딪치면서 비전을 채우고 친밀감을 쌓는 활동을 했다. 서울 오디세이학교 제공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애매한 성적의 중학생이었던 나는 학생들 모두가 100점인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끝에 오디세이학교에서 고1을 보내기로 했다. 일반학교에서 배우는 수업과 다른, 삶의 가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전거, 목공, 음악, 영상 등 여러 수업을 하며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게 됐다.”(서울 오디세이학교 재학생)
고1 때 대학 입시 부담을 내려놓고 창의적 수업을 받으며 진로를 고민하는 고교 ‘자유학년제’의 실험이 첫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교육청은 8일 “2015년 3월 문을 연 서울 오디세이학교가 내년 3월 ‘각종학교’ 형태로 서울 종로구 종로산업정보학교 별관에 개교한다”고 밝혔다. 각종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나와 있는 학교의 한 형태로 일반학교와 비슷한 시설을 갖추고 기술이나 예술 등 일반학교에서 가르치기 어려운 분야를 교육하는 학교를 말한다. 그동안 오디세이학교는 민간 위탁시설에서 수업을 진행해왔다. ‘서울형 고교 자유학년제’라고 불리는 서울 오디세이학교는 학생들이 미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공교육 체제 안에서 인문학·문화예술·인턴십 등 자율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민간위탁 대안교육 형태다. 일반고 등에 진학 예정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학생들을 선발해 글쓰기, 인문학, 자치회 활동, 여행, 기획활동, 보통교과, 문화예술, 인턴십 등 1년을 교육한 뒤 원래 소속 학교에 2학년으로 복귀하는 형식이다.
덴마크에서는 ‘에프테르스콜레’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의 30%가 고교 입학 전 진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간을 갖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입했다. 오디세이학교는 도입 첫해 학생 40명을 받아 3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고, 지난해는 74명이 이 학교를 수료했다. 현재는 7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공약이었던 서울 오디세이학교는 조 교육감의 여러 정책 중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오디세이학교를 도입해 ‘자유학년제’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지난 3년 중 가장 잘한 정책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도 “공교육 체제 안에서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오디세이학교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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