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교육부 수능 개편 시안에 대한 논평 및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올해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에서 총 네 과목을 절대평가하기로 한 교육부가 나머지 국어·수학·탐구영역도 절대평가로 전환할지를 놓고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교육계는 “절대평가 전면 도입은 미룰 수 없는 교육개혁 과제”라며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을 절대평가 전환 과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0일 ‘수능 개편 시안’으로 일부 과목 절대평가안(1안)과 전 과목 절대평가안(2안)을 내놓고 네 차례 공청회를 거쳐 31일 확정하기로 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두 개 안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 “시안 발표 전 교사, 학부모, 대학 입학처장 등 여러 의견을 수렴했는데, 현재 수능 상대평가가 갖고 있는 무한경쟁 교육의 한계를 공감하며 절대평가로 가자는 방향에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 과목을 전환할지, 일부 과목을 전환할지는 의견이 갈려 국민 여론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절대평가 취지 못 살린 두 개의 시안 새 정부가 수능 체제와 관련해 일관되게 내놓은 메시지는 ‘절대평가’였지만 이날 나온 두 개의 시안은 ‘경쟁 완화’, ‘학습 부담 경감’이란 애초의 취지와는 동떨어졌다는 평가다. 여섯개 과목인 현 수능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이라는 새 과목이 추가돼 총 7과목인데다, 문·이과 융합 인재를 기르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는 다르게 수학을 가/나형으로 나눠 사실상 문·이과를 구분해 치르게 했다.
교육부는 7월 말까지만 해도 새 정부의 교육개혁 목표인 ‘학습 부담 경감’, ‘경쟁 완화’에 걸맞은 개혁안을 갖고 있었다.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총 6개 과목을 고1 수준의 출제범위에서 절대평가로 내는 ‘공통과목 위주 전 과목 절대평가안’이었다. 이 안은 새 정부가 도입하려는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 및 내신 절대평가제 등과도 잘 어울려 가장 유력한 안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수능 변별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입 안정화’라는 현실에 가로막혀 내놓지 못했다. 결국 현 수능과 변화 정도가 크지 않은 두 개의 안이 최종 공개됐다.
■ “무늬만 절대평가 1안, ‘풍선효과’만 낳을 것” 교육계와 시민단체 등은 정부가 1안을 선택할 경우 교육개혁이 후퇴될 것이라며 “1안만은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안을 선택하면 상대평가로 남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에 학습부담이 쏠려 ‘풍선효과’만 낳게 될 뿐 절대평가 제도가 가진 장점을 구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1안은 상대평가로 남은 과목에 학습부담이 쏠려 과잉 경쟁이 예상되므로 2안을 택해야 한다”며 “1안으로 확정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교육공약이 폐기되는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현 수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1안은 암기식 문제풀이를 계속하라는 말이다. 수능 문제풀이를 계속하면서 고교학점제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토론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며 “2안도 절대평가만 확대했을 뿐 사고력 측정 등 교육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고민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안과 2안 모두 입시개혁 방안으로 턱없이 부족하며 특히 1안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수능 영향력을 약화하자는 개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수학 등 상대평가 과목으로 쏠림현상을 일으켜 과목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입장을 내 “절대평가를 확대한다면 최소한 수학까지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정부가 서서히 개혁하기 위한 방안으로 1안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1안으로 가면 현 수능과 전혀 다르지 않아 수능 개편안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정부가 기대했던 바에 미치지 못하는 후퇴안을 내놔, 수능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전혀 읽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
‘수능절대 평가’, 단계적 도입? 전면 도입? 교육부가 이날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 2개 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단계적 절대평가에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 차관은 수능 개편 시안 브리핑에서 “2안의 경우 수능 변별력이 줄어 학생부 성적과 같은 전형요소가 강화할 경우 오히려 학생의 부담이 늘 수 있고, 학생부 성적이 낮은 학생이나 검정고시생의 대입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단계적 도입으로 기울어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달 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전 과목 절대평가에 우려를 표하며 “단계적 확대를 제안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이 총리가 단계적 도입을 제안하면서 전면 도입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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