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사전예고제 등 고려 31일 확정” 교육시민단체 “원점 재검토” 성명 여당 내에서도 연기 불가피 주장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과 관계없이 예고대로 31일 개편 방향을 확정·발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시민단체는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고교 교육이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발표 연기’나 ‘원점 재검토’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수능 개편에 따른 학생·학부모 등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 굳이 31일까지 개편안을 확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은옥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22일 “‘대입 3년 사전예고제’(사전예고제)와 이미 원서접수를 시작한 과학고 등 고교 입시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능 개편안 확정을 8월31일 이후로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3 학생이 고교 진학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대학 입시에 필요한 기본 계획을 확정해 수험생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사전예고제의 취지다. ‘어떤 유형의 고교에 진학하는 게 대입에 유리할까’를 따지는 중3 학생·학부모한테 수능 절대평가 도입이나 이에 따른 내신의 영향력 확대 등 전형 요소의 변화는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해 중3 학생이 치르는 과학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의 입시가 이달 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달 말로 예정된 수능 개편안 확정 시점을 더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게 교육부의 논리다.
반면 교육·시민단체들은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을 그대로 확정할 때, 더 큰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부 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의 1안은 과도한 입시부담을 줄이겠다는 수능 개편의 취지에 맞지 않고, 전 과목 절대평가 방안인 2안은 동점자 발생에 따른 대책이 없어 변별력 약화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22일 수능 개편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어 “교육부가 고교 교육의 파행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많은 잘못된 시안을 발표했다”며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기초해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수능 개편안을 이달 말 확정할 것이 아니라 아예 모든 일정을 1년 뒤로 미룬 채 교육계 의견을 다시 모아야 한다는 태도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만약 일부 과목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이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1안으로 확정할 바에는 차라리 1년간 수능 개편에 대한 결정을 연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대입 사전예고제와 관련해 “수능 개편 시점을 1년 뒤로 늦추는 것과 함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도 1년 뒤로 연기하면 된다”고 짚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확정 발표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노웅래 의원은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이 대입 불공정성을 되레 키운다는 학생·학부모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교육부가 애초 예고한 수능 개편안 확정·발표 시점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교문위에 속한 또다른 여당 관계자는 “수능 개편안 확정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당장 자율형 사립고 등의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데 이를 무시할 수도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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