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주문진초등학교는 이번 2학기에 기간제 교사 다섯 명이 필요하다. 한아무개(50) 교감은 “명예퇴직 뒤 쉬고 계신 주변 60대 ‘선배’들께 연락해 제발 와주시라 사정해 세 분을 겨우 모셨다. 서울에 살며 강원도에서 일해주실 분이 나타나 총 네 분을 채웠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아직도 못 구했다”고 말했다. 한 교감은 “담임이 없는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 5명 중 두 명은 정교사가 배치될 자리에 기간제 교사를 뽑은 이른바 ‘정원외 기간제’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4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서울교대, 이화여대 등 학생들이 2018학년도 초등교사 선발 인원 대폭 축소에 항의하며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 교감은 “몇년째 강원도에서는 임용시험 응시 미달이 이어져 교사가 부족하다. 영월, 평창, 정선처럼 더 열악한 곳에 먼저 정교사를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큰 도시인 강릉이나 춘천은 기간제 교사를 구해야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이달 초 나온 전국 초등교원 선발예정 인원에서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인원이 급감하며 ‘임용절벽’, ‘교원 정원 확대’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교사가 부족하자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지역 간 교원 수급 불균형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의 ‘초중등 공립교사 임용시험 시도별 경쟁률 현황’을 보면, 2015학년도부터 2017학년도까지 전남·강원·경북·충남·충북 등은 3년 동안 모집인원보다 응시인원이 적어 경쟁률이 1 대 1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충남과 강원 두 지역은 응시인원이 모집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쳐 경쟁률이 0.48 대 1, 0.49 대 1까지 내려갔다. 충북 0.56 대 1, 경북 0.73 대 1, 전남 0.70 대 1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반면, 서울·부산·광주·대구·세종·대전·울산 등 대도시에는 꾸준히 응시 인원이 몰리는 상황이다.
임용시험 준비생만이 아니다. 임용시험을 여러번 봐서라도 도시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현직 교사들이 많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임용시험 응시생 중 현직 교사가 지난해 44.8%였다. 지역 거점 광역시에도 교사가 몰린다. 광주광역시 초등교사 ㄱ(31)씨는 “일단 많이 뽑는 전남에 합격한 뒤 일하면서 계속 수도권이나 광역시의 ‘임고’(임용고사)를 준비한다. 함께 근무하는 같은 학년 교사 10명 중 세 명이 전남에서 근무하다 임고를 다시 봐 광주로 옮긴 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원 수급의 ‘도농격차’ 현상을 막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다음달 4일 제주 총회에서 ‘현직 교원의 이탈현상 방지책’을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총회 안건으로 삼아 논의했지만 뾰족한 타협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선계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비선호 지역에 가산점을 크게 높이는 방법, 현직 교사들의 타 지역 임용고사 응시를 제한하는 방법 등 여러 의견이 나오지만 시도별로 처한 여건이 달라 전국적 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교대 총장은 “한 지역에 임용되면 최소 5년 근무를 하도록 제도적 방침이 나와야 한다. 수당, 가산점 등 소소한 유인책만으론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임용시험 지역 가산점제’ 등 현재 도지역 근무 유인책들의 효과성 재검토에 들어갔다. 박지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어 법령 정비는 신중해야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관련 시행령을 다듬어 앞으로 임용시험 공고 시 ‘선발 뒤 일정 기간 재직 중 타 지역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조항을 못 박아야 한다. 또 현직 교사는 퇴직 후 1~2년까지 임용시험 응시가 어렵도록 자격 요건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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