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맛 만드는 기쁨 “이 맛에 일해요”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제과제빵사 김원선씨
아침엔 토스트, 점심엔 샌드위치, 저녁 땐 케이크. 매일 같이 밥을 먹듯이 빵을 먹는 아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제과제빵사를 꿈꾼다. 일류호텔에서 멋드러진 조리사 모자를 쓰고, 화려한 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한다.
서울 이태원에서 제과점 ‘아루’를 운영하는 김원선(32)씨 역시 자기만의 빵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제과제빵사이다.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검은 콩, 흑미 쿠키, 참깨 머핀, 산사·클로렐라·녹차 과자 등 새로운 개념의 케이크와 과자를 쉴새없이 만들어 낸다. 맛있고 멋있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한달에 3~4일은 거의 밤을 샌다. ‘다른 케이크’, ‘다른 과자’를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은 ‘다른 고객’들을 만들어 냈다. 아루의 고객 가운데 90% 이상이 단골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애초 그가 제과제빵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보석디자인을 배우러 일본에 갔다가 어느 날 동네 허름한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사먹어 보고 그 맛에 반해 진로를 틀었다. 도쿄제과학교 양과자 과정에서 2년간 이론과 실습으로 기본기를 다진 뒤, 신라호텔 제과제빵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루를 창업한 것은 2001년 초. 명동 한켠에 조그만 매장을 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반응이 좋았다. 일본식의 귀엽고 앙증맞은 형태의 케이크를 처음으로 선보인 게 주효했다. 거기에 다양한 종류의 조각 케이크를 내놓아 젊은층의 인기를 끌어모았다. 요즘은 흔하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무스케이크도 여러 종류로 만들어 냈다.
“일단 뛰어들고 나서는 목숨을 걸었죠. 아침 6시30분부터 밤 11시30분까지 1년반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죠. 직원 3명을 두었는데 말 그대로 동고동락했습니다.”
김씨는 “제과제빵사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남들이 다 하지 않는 새로운 품목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디서든 새로운 음식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식감을 음미한 뒤 휴대 공책에 세심하게 메모한다. 이 메모는 신제품 개발 때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다. 무거운 것도 많이 들어야 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한다. 그도 이 일을 시작한 뒤 종아리에 알이 배길 때가 많다고 했다. 또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독립 매장의 경우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미감과 식감이 뛰어나고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청소년이라면 제과제빵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디저트 문화의 확산과 식습관의 변화로 빵과 케이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미래 전망도 밝다고 덧붙였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그럼에도 그는 “미감과 식감이 뛰어나고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청소년이라면 제과제빵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디저트 문화의 확산과 식습관의 변화로 빵과 케이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미래 전망도 밝다고 덧붙였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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