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퐁력 행위 왜 나쁜지 또박또박 일러주세요
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우리 아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도저히 상상할 수 없어요.”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부모보다 오히려 더 큰 자책과 상심을 하는 것이 성폭력 가해자의 부모다. 최근 성폭력 가해자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상담 현장에서도 예전에는 드물었던 초등학생들의 성폭력 가해 상황을 종종 접하게 된다. 동네 유치원 아이를 데리고 놀다가 후미진 곳에서 음란물에서 본대로 실험을 해본다든지, 학교에서 또래와 어울려 이웃집 여자 아이를 집단으로 성폭행 한 경우 등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로서는 행여라도 내 아이가 성폭력 가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지, 안심할 수 만은 없다. 성폭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왜 그런짓을 했느냐”고 물으면 “친구가 하자고 해서, 단지 호기심에서, 여자도 싫어 하는 것 같지 않아서 한 번 해봤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이런 아이들은 평소 성에 대해 부모와 애기를 나눠 본 적이 없고, 금욕적이며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미처 상상조차 못할 일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성폭력 가해 자녀를 둔 부모들은 유독 자녀의 문제를 직면해서 해결하기를 두려워한다. 스스로 자책을 할 뿐 성폭력이 왜 나쁜 것인지,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상대방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 지 등 마땅히 해야할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 이 일로 자녀가 상처를 받을까봐 겁을 내고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는 다짐을 들으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믿고 덮어 두려 한다.
유치원에서 한 남자아이가 또래 여자아이에게 지속적인 성추행을 한 적이 있었다. 유치원 교사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설명 없이 유치원을 옮겼다. 그러면서 “아빠 직장 문제로 이사를 가게 되어 유치원을 옮겨야 한다”고 아이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린 아이일수록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경계를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가며 확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아이의 상처를 염려해 덮어두면, 아이는 그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여긴다.
일상 속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부모들도 성폭력을 나와 상관 없는 남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남녀 간에 친밀감을 표현할 때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 것인지, 나만의 주도적인 행위가 상대에게는 어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좋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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