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서울의 한 고교에서 고3 학생들이 9월 모의평가를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외국어고에서 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 등을 전공하고도, 정작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아랍어에 응시한 외고생이 2년 전에 견줘 6.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가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애초 설립 목적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입시에 매달린다는 지적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건네받은 ‘2015~2017학년도 전국 외국어고 재학생 수능 제2외국어 응시 현황’ 자료를 보니, 지난해 수능(2017학년도)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자신이 전공(부전공 포함)하지 않은 외국어를 선택한 외고생은 135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응시한 전체 외고생은 모두 5487명이다. 제2외국어·한문 시험을 치른 외고생 네명 가운데 한명은 ‘전공이 아닌’ 외국어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비전공 외국어로 수능을 본 외고생은 2015학년도(884명), 2016학년도(1072명)보다 크게 늘었다.
비전공, 곧 ‘시험용 외국어’로 수능을 치른 외고생의 대다수(87.4%)는 아랍어를 골랐다. 지난해 아랍어로 수능을 치른 외고생(1183명)은 2년 전(182명)에 견줘 정확히 6.5배 많아졌다. 실제로 경남외고(경남)에서는 수능 응시인원(224명)의 절반 이상(131명)이 아랍어를 선택하기도 했다. 상대평가 체제의 수능에서 전공 언어에 견줘 상대적으로 성적을 올리기 쉬운 아랍어로 외고생이 쏠린 결과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거의 없다 보니 아랍어의 수능 난이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외국어에 대한 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외고생이 일반고 출신보다 아랍어 과목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오영훈 의원은 “외고가 지나치게 입시에 매달린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도, 아랍어 등 비전공 외국어로 수능을 치르는 외고생이 되레 늘어난 것은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양성이라는 설립 목적을 외고 스스로 외면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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