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를 입은 여성이 어린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 어린이 보호 표지판으로 적당한가요?”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북이초등학교 4학년 사회 수업 시간. 남학생 13명과 여학생 6명이 교과서 2단원 ‘사회변화와 우리생활’을 펴고 ‘거리 표지판 바꾸기’ 학습활동을 하고 있다. 담임인 강순금 교사가 ‘어린이 보호 구역’ 표지판을 보여주고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라고 묻자, 학생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고 “엄마만 어린이를 보호하나요?”, “우리 엄마는 치마를 안 입는데”, “아빠도 같이 그려요”, “어린이가 어른을 데리고 가는 그림으로 바꿔요” 등등 온갖 답변을 쏟아냈다. 칠판에 적힌 오늘의 수업 목표는 ‘생활 속 성차별을 알고 양성평등한 이야기 만들기’. 학생들은 <돼지책>(앤서니 브라운)이란 동화를 읽고, 작가가 묘사한 가정 내 풍경을 성평등 관점으로 바꿔보는 글짓기도 했다.
최근 퀴어축제 영상을 수업자료로 활용한 초등 교사가 보수성향의 학부모 단체한테 고발당하는 등 초등학교의 젠더교육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겨레>가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양성평등 연구학교’를 찾아갔다. 초등학생 젠더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전교생 98명의 면단위 소규모 학교인 청주 북이초 교사들은 남학생 비율이 높아지자 지난해 여성부의 ‘양성평등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윤선영 북이초 연구부장은 “성평등 관점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학급 공동체 내 성비가 불균형하다보니 학생들의 젠더 감수성이 걱정돼 지난해 연구학교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2011년 ‘양성평등 선도학교’ 사업을 시작한 여성부는 올해 북이초 등 전국 세 곳 초등학교를 ‘양성평등 연구학교’로 선정하고, ‘교과서와 미디어 비판적으로 보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성평등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교육 효과는 좋은 편이다. 지난해 해당 학교에 ‘성평등 사전사후 의식변화조사’를 한 결과, ‘요리·청소·빨래 등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다’ 항목에 대한 초등 저학년 학생들의 인식변화가 사전 1.96점에서 사후 3.29점으로 성평등 의식이 높아졌다. 4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 의식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양성평등’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성정체성을 포괄하는 교육을 하기 어려운 점은 한계라는 지적이다. 신경아 한림대(사회학) 교수는 “지금 사회에서는 ‘성소수자 차별 금지’, ‘동성혼을 인정할 것인가’라는 의제들이 치열하게 논의되는데, 학교에서 ‘양성평등’ 개념만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성별은 남성, 여성 두 개라는 인식만을 주입할 수 있고, 성평등을 남녀간 이분법적 갈등관계로 왜곡해 인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청주/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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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방문한 충북 청주 북이초등학교 4학년 교실. 19명의 학생 중 13명이 남학생이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충북 청주 북이초등학교 4학년 교실. 교사가 <사회>교과서의 ‘사회 변화와 우리생활’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주 북이초등학교 4학년 한 남학생이 <사회>시간에 동화책을 읽고 성평등한 이야기로 바꾸는 글짓기를 하고 있다.
동화 <돼지책>을 읽고 성평등한 이야기로 바꾼 초등학교 4학년의 글짓기 작품.
지난달 27일 방문한 충북 청주 북이초등학교 5학년 교실의 인권 수업 풍경. 학생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운전을 한 여성이 형사처벌된 사건으로 역할극을 한 뒤 인권에 대해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