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국민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며 귀가하던 기억이 있다. 100원으로 ‘마이쭈’ 같은 소프트 캔디류 하나와 핫도그나 어묵튀김 하나를 살 수 있었다.
당시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지는 않았다. 필요한 준비물이 있을 때나 비정기적으로 부모님이 여유가 생길 때 얼마씩 주시는 돈을 받아 썼다. 그러다 보니 계획을 세워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가계부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경제관념이나 용돈 관리를 따로 가르치진 못했다. 어릴 때는 친척들이나 지인들에게 받은 용돈을 아이들 이름의 통장에 넣어줬다. 어느 때부턴가 아이들이 “내 돈 다 쓰는 거 아냐?”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통장을 보여주며 좀더 크면 그 돈을 네가 알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거라고 약속했다. 그때부터 용돈을 주기 시작했다.
용돈을 줄 때는 그 의미를 부모가 먼저 아는 게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준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용돈은 언제부터 주는 게 좋을지, 또 얼마나 주는 게 적당할지에 대한 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나온다. 사실 정답은 없다. 각 가정의 경제 형편과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 규칙을 정하는 거다. 일단 용돈을 줘도 되는 시기는 아이가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그 돈을 간수할 수 있을 때라고 한다. 대개 아이들의 사회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등 저학년 무렵이다. 용돈 금액을 정할 때는 아이에게 용돈이 필요한 내용과 액수를 생각해보게 하고 같이 정해야 한다. 우리 집 경제적 사정에 따라서 금액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줘야 한다. 용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의 범위를 정할 때도 교통비, 간식비, 준비물 구입비, 문화비 등에서 어떤 것을 포함할 것인지 의논해야 한다. 우리 집의 경우 교통카드 충전비나 정기적인 준비물 사는 돈은 따로 주다 보니 매달 한 번 주는 용돈 금액은 많지 않다. 처음 얼마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줬는데, 아이 생활패턴이 그리 소비지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매달 한 번 주는 것으로 바꿨고 큰 무리가 없었다.
용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지만 그 책임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사춘기 때는 사고 싶은 것도 많고 액수도 커지기 때문에 부모·자녀 간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하루에 다 썼다면 그다음 용돈이 충전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자동 충전은 금물이다.
용돈을 주는 것도 관리하는 것도 부모의 의무이며 책임이다. 처음부터 “네가 알아서 관리해”라고 하는 것은 방임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때도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관계와 부모의 지도다. 명확한 제한선과 그 선을 넘었을 때 생기는 결과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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