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계장관 긴급간담회에서 채용비리 엄정 대응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관한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사례가 무더기로 폭로됐다. 지금껏 드러나지 않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많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낸 ‘최근 5년간 교육부 소관 공공기관 감사 채용비리 적발 현황’ 보고서를 보면,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6곳에서 잇단 채용비리가 드러났지만 주의나 경고 등 가벼운 징계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공기관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과 한국사학진흥재단,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한국교육학술진흥원, 한국장학재단,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이다.
먼저 사학연금은 2014년 인턴 연계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채용 공고를 5차례 수정하고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를 지시한 변아무개 전 이사장은 경징계를 받은 뒤 퇴직해 불문처리됐다. 교육부 고위공무원 출신인 변 전 이사장은 2013년 16명의 인턴을 뽑을 때 “명문대 나온 사람들이 인적네트워크가 좋으니 명문대 지원자들에게 필기 기회를 주자”며 애초 서류전형에 합격한 94명 이외에 24명을 추가로 뽑으라고 지시했다. 이를 전달받은 담당 직원은 부하직원에게 “이사장이 직접 지명한 사람들을 점수를 조작해서라도 합격시켜라”라고 지시했고, 총 34명의 탈락 대상자가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사학연금 채용 담당 직원은 이후 정규직 전환 채용에서도 8명의 내정자를 합격시키라는 이사장 지시를 받아 과제발표 평가점수를 조작했다. 내정자 8명에 대해 1·2차 과제발표 점수를 90점대로, 나머지 인턴직원들은 60~80점대로 조작해 떨어뜨렸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최종 전형에서 임의로 합격 여부를 뒤바꿨다. 재단은 2013년 공개채용에서 인사위원회 면접 결과 2위를 차지한 39살 여성 ㄱ씨를 탈락시키고 특별한 사유 명시 없이 3위 34살 남성 ㄴ씨를 최종 합격자로 결정했다. 이 기관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5차례 공개채용에서 이처럼 이사장 결정 단계에서 인사위 심사 우선순위를 차지한 10명을 탈락시키고, 후순위 합격자를 뽑았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을 채용하며 채용공고와 다르게 자격미달자를 채용하다 감사에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한국장학재단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세 번의 채용에서 면접위원을 내부 구성원들로만 꾸려 경고를 받았다. 한국전문대교협도 2012년부터 2015년 채용을 진행하며 미자격자를 면접자에 포함시킨 일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2008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전 원장이 공개채용 합격자 외 별도의 지원자를 인사위 심의 없이 특별채용하다 적발됐다.
안민석 의원은 “단순 실수가 아닌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채용비리에 대해 왜 그랬는지 밝히지 않고 덮었던 관행을 없애고 지금이라도 전면 재조사해 관련자들의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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