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소설가, 과학자, 경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보여줬습니다. 각 전문가가 여행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고, 생각을 교환하는 것을 보니 저절로 ‘융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더군요.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협업’과 ‘융합’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학문의 경계 없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전세계 사람과 협업하며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인재가 주목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예비 고1은 문·이과 계열 구분이 없어지고 통합 과목을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서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공부가 바로 ‘독서’입니다. 미래형 융합 인재가 될 수 있는 길도 바로 책 속에 있습니다.
융합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아무리 융합 독서가 대세라도 일단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 가볍게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계속 비슷한 수준의 책이나 한때 유행하는 흥미 위주의 책만 읽는 것은 사고의 정체를 불러옵니다. 우리 몸과 마음이 자라듯 독서력도 성장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학생 수준을 뛰어넘는 턱없이 어려운 책을 읽으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수많은 책 가운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올 겁니다.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각 학교 선생님들께서 권해준 권장도서를 읽는 겁니다. 만약 특목고·자사고 입시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지망하는 학교의 권장도서 목록들을 참고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서 자체에 흥미가 생기고 탄력이 붙었다면 융합 독서를 시도해보세요. 문학 작품을 읽는다면 그 책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리나 역사, 과학 등과 관련한 책도 함께 읽는 것이죠. 그 책을 읽으면 또 의문이 생길 겁니다. 그러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책을 연결해서 또 읽어보세요. 예를 들어 국어 교과서에서 박태원의 <천변풍경>이라는 작품을 읽었다면, 일제 강점기 조선의 모습을 다룬 인문 서적도 함께 읽어봅시다. 작품 속 주인공이 흥미를 느끼는 전차와 자동차를 발명하게 한 동력기관을 다룬 책을 읽어볼 수 있겠지요. 이처럼 한 권의 소설에서 시작해 문학과 과학, 역사와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독서를 융합 독서라 합니다.
이런 활동은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교내 독서토론 동아리에 가입해서 친구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또 요즘엔 학교나 지역에서 융합 독서와 관련한 캠프나 프로젝트 활동을 많이 열고 있으니까 이런 행사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세요.
책을 다 읽었다고요? 책장을 덮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독서 기록장, 독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거나 온라인상의 독서교육 종합지원 시스템 등을 이용해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독서 활동 상황에 넣을 내용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또 독서 활동 주제를 심화해 수행평가 과제로 제출하거나 독서토론, 소논문 작성 등으로 확장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최근엔 여러 학교가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이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광주 지역 한 고교의 독서 동아리는 최근 4년간 10여권을 발간하는 뛰어난 성과를 남겨 지역신문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책을 읽고 충실한 기록을 남긴다면 단순한 독서 활동을 넘어 나도 작가가 되는 신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요. 깊어가는 가을, 독서와 독후활동을 통해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보면 어떨까요?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