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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학비리 맞서 끝까지 싸우는 ‘진짜 교육’ 보여주겠다”

등록 2017-11-07 19:57수정 2017-11-08 10:00

동구마케팅고 ‘공익제보’ 안종훈 교사
‘횡령 행정실장 퇴임 요구’ 5년째 투쟁

서울시교육청 두차례 특별감사로 확인
‘행정실장 파면 이사진 10명 사퇴’ 명령
최근 행정법원 ‘사립학교법’ 들어 면죄부
“사학법 개정·공익제보자 신분보호 절실”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에서 근무하는 안종훈 교사가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에서 근무하는 안종훈 교사가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거대 권력인 사립학교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본 판결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비리를 제보했다가 5년째 갖은 탄압을 받고 있는 안종훈 서울 동구마케팅고 교사(44)는 지난달 20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또한번 좌절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에서 비리를 저지른 학교법인 임원 10명에게 “학교를 떠나라”는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했지만, 법원은 “학교 설립·운영의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며 이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학교 예산과 관련해 업무상 횡령을 저지른 행정실장의 당연퇴직(파면)에 대해서도 “학교법인의 정관과 사립학교법상 위법한 절차”라며 면죄부를 줬다.

안 교사는 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이어온 학교와의 외로운 싸움이 법원의 판결로 다시 위기를 맞은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교육청이 비리 이사들을 물러나게 한 뒤 올해 초 새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덕분에 4월 중순부터는 3년만에 학교에서 수업도 할 수 있게 됐는데, 이번 판결로 재단의 종전 이사들이 복귀하면 어렵게 맡은 수업을 또 빼앗기지 않을까 싶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1999년부터 국어교사로 일하던 안 교사가 공익제보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2012년의 일이다. 학교의 예산을 담당하는 행정실장이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감봉처분에 그친 채 여전히 근무하며 학교 회계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안 교사는 행정실장은 학교를 떠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이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교사들은 촌지 몇 만원에도 중징계 처분을 받고 있는데, 학교 예산의 총 책임자인 행정실장은 수천만원의 횡령을 저지르고도 계속 학교돈을 만지고 있었다. 더구나 학교법인 동구학원은 이 행정실장을 계속 일하게 하기 위해 법인 정관까지 수정했다. 안 교사의 공익제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5년간 두 차례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시교육청은 비리를 저지른 행정실장을 파면하라고 학교법인에 수차례 요구했고, 학교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이사장 등을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했다.

하지만 학교쪽은 도리어 제보자인 안 교사를 탄압했다. 2014년부터 2년 간 안 교사를 두 차례 파면했고, 안 교사가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학교에 복귀하자 ‘청소 지도’, ‘급식 지도’만 배정하면서 수업을 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3개월마다 한 번씩 모두 세 차례 직위해제했다. 안 교사는 “5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평온한 순간이 없었다“며 “학교에선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려 학교를 위기에 빠뜨린 죄인 취급을 받았고 많은 동료들로부터 배척과 외면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법원은 사학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 판결로,이 과정에 적극 참여한 이사들을 학교로 돌려보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항소할 예정이다.

사학을 규율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여전히 미진한 상황에서 안 교사는 사학의 비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공익제보 활성화라고 보고 있다. 안 교사는 “거대 권력인 사립학교 비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부자들에 의한 공익제보가 활성화 되는 것이다. 사립학교의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는 너무나 절실한 시대 과제”라고 말했다.

올해는 사립학교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한층 강화된 의미있는 한 해였다. 지난 3월, 국회에서는 사립학교의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부패방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 동안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부패방지법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 대상에 사립학교의 교직원이나 학교법인 임직원은 포함되지 않아 사립학교 내부고발자가 공익제보로 불이익을 받아도 법적으로 보호할 길이 없었다. 법 개정으로 사립학교 공익제보자도 불이익을 받으면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고, 보상금이나 구조금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도 올 3월 공익제보 교사가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겪는 동안 발생한 임금손실액을 구조금으로 첫 지원했다.

안 교사는 학교와의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만 교사의 삶이 아니라 제 인생 전부를 걸고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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