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표준협약서(근로계약서 구실)를 작성하지 않거나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키는 등 현장실습 관련 법을 어긴 업체 가운데 정부의 과태료나 벌금 처분을 받은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전국 기업 3만1404곳에서 6만16명의 고교생이 현장실습을 했지만, 정부가 직접 현장에 나가 실태점검을 한 업체는155곳(0.4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표준협약서를 쓰지 않아 교육부에 보고된 238곳 실습업체 가운데 고용노동부로부터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보면, 실습업체가 학생과 표준협약서를 쓰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2016년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모두 3만1404곳의 실습업체 가운데 표준협약서를 쓰지 않은 곳은 238곳,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곳이 95곳, 유해·위험업무를 시킨 곳이 43곳,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곳이 27곳”이라며 “최종 확인 절차를 거쳐 고용노동부에 과태료 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최종 확인을 거쳐 표준협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총 5곳의 업체를 고용노동부에 과태료 부과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에서는 기업들의 반발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또한 교육부는 초과 근무시간이나 유해·위험업무, 임금미지급 등 109곳을 근로감독 요청한 상태다.
한편, 전체 3만여곳의 실습업체 가운데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곳은 155곳(0.49%)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실습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현장실습 관리·감독 실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155곳을 점검하고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별로 학교 두 곳씩 총 34곳 을 실태 점검했다”고 밝혔다. “직접 현장을 점검하는 업체는 매년 이 정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실습 현장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법을 위반해도 엄격히 다스리지 않다 보니, 업체 관리·감독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실습업체를 방문해 현장을 살피는 업무는 업체를 강제할 권한이 없는 교사한테 맡겨져 있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장은 “학생 사망 사고가 난 만큼 정부가 업체 전수 조사를 통해 학생의 노동 여건이 어떤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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