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3일 모두 끝났다.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영역의 난이도가 비교적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진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문제까지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의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영역은 평이했던 반면,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은 ‘불수능’이라 불린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 여진 올까 불안한데 문제까지 어려워 올해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 모두 어려웠다. 23일 민찬홍 수능검토위원장(한양대 정책학과 교수)은 “특정 영역(영어)이 절대평가가 된다고 해서 다른 영역 난이도를 일부러 높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수능 연기 사태를 겪어야 했던 수험생 처지에서는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했던 국어, 수학 모두 다소 어렵게 다가왔을 수 있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올해 수능은 전년만큼 변별력을 갖췄다고 보인다. 수능 이후 가채점을 할 때 헷갈린 문제는 일단 틀린 것으로 해놓는 등 보수적으로 채점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특히 어려웠던 국어영역은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어려운 시 작품의 등장, 화법과 작문이 혼합된 새 유형의 문제, 환율이나 디지털 기술에 관한 난이도 높은 지문 등으로 많은 수험생이 애를 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지문이 길어지고 독서와 문법 분야가 어려웠던 것이 최근 몇년간 국어영역의 출제 경향인데, 올해도 이런 경향이 유지됐다”고 말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이육사의 시 <강 건너간 노래>는 교과서나 <이비에스>(EBS)에 등장한 적이 없는데다, 상징성까지 강해 수험생이 까다롭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도 쉽지 않았다. 수학은 주로 객관식 마지막 두 문제와 주관식 마지막 두 문제를 두고 난이도를 평가하는데, 올해는 이 네 문제 모두 어려웠다는 평가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고난도 네 문항을 어느 정도 풀었냐에 따라 1~3등급이 나뉘는데, 올해 출제된 네 문항에 대한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며 “고난도 문제는 명확히 답이 나오는 함수 일반항을 요구하는 형태가 아니라, 주어진 개념을 해석해 그래프의 유형을 추론하는 문항이라 생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첫 절대평가 영어 “1등급 비율 6~9%” 올해 처음 절대평가로 실시된 영어는 평이한 난이도로 평가된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무척 어려웠던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 9월 모의평가 수준에 맞춰 준비한 수험생은 무난히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문맥 순서 추론, 빈칸에 문장 넣기 추론 문제는 어려운 문제인데 지문이 이비에스와 연계돼 지문을 기억하고 있었으면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어영역 1등급 학생의 비율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영어영역은 다른 학생과 비교해 등급이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푼 문항대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등 총 1~9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 학생 비율은 상대평가로 치러진 지난해 수능에서 7.8%, 첫 절대평가로 치러진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8.1%, 어려웠던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5.4%였다. 이에 이번 수능 출제진은 1등급 학생 비율을 6~9%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와 수학의 난이도가 지난해 수준으로 높아서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정시 변별력 저하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한국사·탐구영역까지 어려워 필수로 응시해야 하는 한국사 영역은 지난해 무척 평이하게 출제돼 올해 체감 난이도가 조금 높아졌다. 출제진은 “8종 교과서에 나온 공통 내용으로 지난해처럼 평이하게 출제했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다. 최대 두 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는 사회탐구 9개 과목과 과학탐구 8개 과목 일부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수년째 이어진 문제 출제 오류를 막기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8명의 수능 검토자문위원을 보강했지만, 시험이 종료된 23일 저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누리집의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문제 오류를 지적한 글이 여럿 올라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