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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그 분야는 안 돼” 쉽게 말하지 마요

등록 2017-11-27 20:24수정 2017-11-27 20:33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얼마 전 중2 남학생이 투신 사망한 뉴스를 봤다. 학교폭력 정황이 있다고도 했고, 진로 문제로 인한 갈등을 말하기도 했다. 아이가 깊은 절망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 순간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하고 혼자였을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아이가 남긴 문서 가운데 “내 꿈이 좌절됐다. 더는 희망이 없다”는 글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사춘기가 한창인 우리 둘째도 자기 꿈, 진로, 장래 문제로 속을 끓이고 괴로워하는 중이다. 지금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고민이고 혼란이다 싶은데, 아이는 내가 자신의 고민을 가볍게 받아들인다고 화를 내거나 입을 다문다. 그리고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또 한 명의 아이. 이 아이도 자신의 꿈, 진로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친구 따라 시작하게 된 운동이 참 좋고 운동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하단다. 그 운동으로 진로를 찾고 싶은데 부모님이 싫어해서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용돈을 모아놓은 것으로 몇 개월치 수강료를 내서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했다. 한데 아이 눈빛이 얼마 전부터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사춘기는 그 자체로도 불안이 많은 시기다. 자신이 원하는 걸 위해서는 막무가내로 고집 피우고 마음대로 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잘할 수 있을까 주저한다. 부모나 어른이 “이건 이런 부분이 좀 걸리고 저건 저래서 문제인데…”라는 식의 말을 하면 벌컥 화를 내다가도 ‘그래,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잘 안 될 거야. 이젠 하고 싶은 것도 없어’라며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 분야는 안 돼, 가능성 없고.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해.” 그 아이도 부모님 말씀에 흔들렸던 모양이다. 운동을 안 하기로 했다고 했고, 이젠 그쪽 진로에도 관심이 없어졌다고 했다. 공부를 잘하진 않았지만 생기 있는 눈빛으로 수업에 집중하던 태도가 사라졌다. 건성건성 듣고 흘리는 게 보였다. 그 부모님이 원했던 게 아이의 이런 모습이었을까?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부모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아이가 꿈을 가지고 몰입하는 게 있다면 일단 인정해주자. 기왕이면 열심히 해보라고 지지해주면 좋겠다. 물론 아이의 흥미를 제외하고, 실제 능력이나 신체조건, 경제력 등 현실적인 요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조건을 고려해 한두 가지 정도 부모의 희망사항을 추가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운동을 주로 하되, 학교 과제 소홀하지 않기나 운동과 관련된 정보를 찾고 검색하는 데 필요한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하는 것 등. 그다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뭔가 막막해하면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더 노력해볼 수 있는 것과 조금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둘러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 헤맬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

아이가 헛짓한다 싶어도 그런 시도 자체를 부러워하는 옆집 부모들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소소한 일에 집중하고 성취해내는 그 에너지가 있어야 삶에 의미와 즐거움을 주는 또 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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