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업계고 학생이 일자리의 질을 따지지 않고 현장실습을 나가는 이면에 한국 사회의 ‘취업률 성과주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교육청들이 취업률에 따라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로 학생들을 보내놓고 교장들이 그 성과에 따라 과실을 챙겨가고 있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교육부 및 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국 17곳 교육청 중 인천 등 5개 교육청이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학교 취업률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해마다 전국 17개 교육청을 평가한 뒤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하는데, 인천 등 5개 교육청은 이런 예산 등을 활용해 특성화고 교장들의 성과급을 지급할 때 해당 학교 취업률을 근거로 지급액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원인사과 관계자는 “올해 특성화고 관리자들의 성과급 지급액 기준에 해당 학교 취업률이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평가한 뒤 특별교부금을 차등해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평가 지표에도 교육청별 취업률이 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각 시도교육청이 만든 ‘학교평가 매뉴얼’에는 특성화고의 학교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로 취업률이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근거가 되는 취업률 자체도 주먹구구식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2월 졸업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졸업자의 취업률이 50.6%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평균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취업률은 일자리의 질과 관계없이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지’ 여부를 교사가 물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집계한 통계다. 졸업생이 취업한 일자리가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4대 보험이 가입된 양질의 일자리인지 등에 대해 현재의 취업률 집계로는 알 수 없다. 이렇듯 허술하게 집계된 취업률이 학교 알리미 등을 통해 공시되고, 교육청·교육부에 보고되며, 학교의 취업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고교생 현장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는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직업계고 학생의 현장실습이 취업과 어떻게 연계되는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 통계는 없다”고 밝혔다. 고교 졸업자 취업률을 높인다며 일자리의 질이 낮고 학생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업체에 학생을 보내는 것도 문제인데, 이렇게 보낸 현장실습과 취업률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권단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고교생 현장실습이 실제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진 비율을 알아보려고 각 시도교육청에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는데 ‘부존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는 학생이 산업체에 파견돼 현장실습을 나가면 취업을 한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조성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실업위원장은 “보통 특성화고에서 고3 학생이 산업체에 파견돼 현장실습을 나가면 취업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학교가 취업률을 조사하는 이듬해 4월까지 해당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집계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교사가 직접 입력하는 취업률 집계 방식을,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국가승인통계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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