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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왜요! 왜 내가 손해 봐야 해요?”

등록 2017-12-11 19:58수정 2017-12-11 20:02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학기 말, 학교 아이들이 제일 많이 하고 싶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야영이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졸라서 학급 야영을 하든, 동아리 지도교사를 졸라서 동아리 야영을 하든 어떻게든 야영을 해보려고 한다.

최근 어떤 반에선 담임선생님이 학급 야영 때 치킨을 조별로 사주겠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싫다고 했단다. 이유를 듣고 보니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했다. 치킨은 공평하게 나누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아이들은 1인당 한 개씩 딱 떨어지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종류를 원했다.

낯선 모습은 아니다. 교과 수행평가 때 모둠활동에서도, 상담실 집단프로그램에서도 최근 자주 보게 되는 모습이다. 협동작업 등 함께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어쩔 수 없이 공평하지 않은 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적을 같이 받는다면 수행도 정확히 나눠서 해야 한다고 여긴다. 무임승차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다. 쿠키를 만드는 활동을 해도 자기 몫의 반죽으로 자기 분량을 만들어 싹 다 가져가길 원한다. 내가 한 개 줬으면 네 것도 한 개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아이들이 점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진 것 같다. 뭐든 자기 몫을 정확히 챙기길 원하고 손해 볼까 봐 민감하게 군다. 한창 몸과 마음이 커가는 사춘기 시절, 함께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을 키우고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면 좋을 텐데 어른들 마음과는 점점 멀어진다.

뭐든 공평하게 나누거나 받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아이들. 이해와 배려가 들어갈 여지가 많지 않다. 이 심리적 허기와 결핍은 아이들 자신이 이미 오랜 시간 시달려온 결과로 나타난 모습이 아닐까 싶다. 더 잘하는 사람과 비교돼 소홀히 여겨졌던 경험도 있었을 테고, 같이 열심히 했는데도 더 예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먼저 쏟아지던 관심과 인정도 목격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것도 속상하다. 나처럼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여우처럼 무임승차하는 것도 당연히 싫다. 그런데 나보다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과 똑같이 인정받고 보상을 받는 것은 더 억울하고 기분 나쁘다.

치열한 경쟁 등 제도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해야 할 부분이라면, 가정에서는 아이가 타인을 배려하고 반대로 타인한테 배려받을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가 사춘기쯤 되면 부모 주도의 가족 모임 등 함께 할 활동이 줄어드는데 이런 활동을 활발하게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때부터는 아이가 선택한 관심사를 인정하고 허용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 아이가 선택한 흥미의 결과보다는 과정과 의미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부모의 모습이 아이에게 스며들면 다른 아이 탓에 부족한 결과가 나와도 억울해하거나 공격을 안 하는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나에게 문제가 있을 때도 자연스레 양해를 구할 수 있다. 성취의 가치에 비해 협력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게 해줘야 한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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