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름초 송해전 교사가 개발한 ‘학교종이 앱’을 동료 교사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송해전 교사 제공
송해전 교사(세종 아름초)는 학년부장을 맡은 2015년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었다. 우유 급식 신청, 교육과정 만족도 조사, 방과후학교 만족도 조사 등 가정통신문을 일일이 보내려니 시간은 많이 걸리는데 학부모 참여는 저조했다. 한 학생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많게는 8개까지 듣는 경우도 있어 수업별로 각각의 안내문을 나눠주고 다시 거두는 데 엄청난 품이 들었다.
좀 더 간편한 방법을 고민하다 취미로 코딩을 하던 남편의 도움을 받아 직접 앱을 만들었다. ‘학교종이’ 앱은 가정통신문, 알림장, 사진첩 등 3가지 기능이 있다. 설문조사 진행 뒤 바로 통계까지 내주는 서비스도 갖춰 교사들이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학교 동료들과 함께 앱을 썼는데 알음알음 소문이 나 다른 학교에서도 연락이 왔다. 현재 280여 학교가 이 앱을 사용 중이며 회원 수도 8만명에 이른다. 교사들은 업무가 줄어든 만큼 교재 연구에 시간을 쏟을 수 있어 만족스러워했다. 남편은 앱의 기술적 부분을, 송 교사는 콘텐츠 기획과 구성을 맡고 있다. 그는 “둘 다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이전에 교육용 앱을 관심 갖고 사용했던 것도 아니다. 학교생활 하면서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무료 앱인데 서버비만 한 달에 250만원이 나간다. 기업에 후원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내년 유료 전환을 고민 중이다.” 현장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는 덕분에 기능을 계속 추가 중이다. ‘메일 머지’ 기능도 행정실 직원의 요청으로 새로 넣었다. 우유 급식비 미납자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50명이면 똑같은 서류를 50번 발송해야 했다. 메일 머지 기능을 사용해 내용은 동일하되 이름과 금액만 바꿔 한 번에 발송하니 번거로움이 크게 줄었다.
스마트폰 활용해 공부하는 학생 늘어
학급경영 도움 주는 앱 만든 교사도
놀이나 게임 형식으로 내용 쉽게 이해
결과 바로 보고 다른 이와 공유 가능
미술·천체과학 등 특정 분야 학습까지
앱 덕분에 교사 업무 줄고 학습도 효과적으로
스마트교육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떠들지만 교실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그나마 교과서 외 이미지나 동영상 자료를 활용해 진행하는 수업은 늘었다. 요즘 학생들은 유튜브나 스마트폰 앱을 적극 활용한다. 단순 과제 해결을 위한 자료검색이 아니라 교과 지식을 얻고 과제를 만드는 데 쓰거나 학습 플래너 앱으로 공부습관을 들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교사나 학부모가 직접 앱을 개발하는 등 스마트교육 창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토도수학’은 엄마가 아이를 위해 직접 만든 앱이다.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 이수인 대표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의사로부터 “몸이 안 좋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온라인게임 만드는 일을 했던 이씨는 이후 특수교육 프로그램을 찾다 직접 앱을 개발했다. 3세부터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토도수학은 단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시계 보기, 달력 보기 등 놀이를 통해 숫자와 수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원래 정규 수업을 받기 힘든 장애아를 위한 앱으로 개발됐지만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현재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10개 언어로 서비스하며 미국에서는 1000여개 초등학교가 정규 수업 교재로 이 앱을 사용 중이다.
‘울학교_오늘 뭐하지?’는 시험 일정, 알림장, 급식 메뉴, 봉사활동 등 학급경영에 도움될 만한 내용들을 한데 모은 앱이다. 자신의 학교가 등록돼 있는 경우 앱을 내려받아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사들은 간편하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학생들은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숲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과목별 공부계획을 적고 봉사활동 할 만한 곳을 찾아볼 수 있다.
‘한자공부Q’는 국내 최대 2만7000여 한자를 공부할 수 있는 무료 한자 옥편 앱이다. 한자검정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급수별 한자부터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한자 정보를 제공한다. 한자 쓰기 연습도 할 수 있고 퀴즈를 활용한 암기, 오답노트, 사자성어나 천자문 등 다양한 자료와 기능이 있다.
일기, 글쓰기 훈련하고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
앱을 활용한 학습은 놀이나 게임처럼 즐기면서 배울 수 있고, 다른 사람과 내용을 공유하거나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구글플레이 앱 사업개발팀 목진수 차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에듀테인먼트(에듀케이션+엔터테인먼트) 인기가 지속됐다. 게이미케이션(게임이 아닌 분야에 재밌는 요소를 넣어 게임처럼 만드는 것)을 활용한 교육 앱도 영향력이 커졌으며, 특히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갖춘 교육 앱들이 사용자들의 시선을 끌었다”고 했다.
‘세줄일기’ 앱은 세 줄의 글과 한 장의 사진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앱으로, 공부한 내용이나 활동 사항을 적을 수 있다. 바쁜 생활 때문에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처럼 짧은 글과 사진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비슷한 앱인 ‘씀’도 글쓰기 훈련에 도움을 주는 앱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문장 혹은 단어를 푸시 기능을 통해 제시한다. 이를 주제로 삼아 글을 쓰면 된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게 공개하는 기능도 있다.
공부 습관을 길러주게 돕는 앱도 있다. ‘클래스팅 러닝카드’는 학생들이 다양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앱에서 풀고, 채점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하루 세 장의 러닝카드가 배달돼 일정한 분량을 공부할 수 있어 초등학생들이 공부 습관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 내용과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며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공부 집중력 클래식 음악’ 앱은 바흐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뇌에서 알파파를 만드는 움직임이 활성화되면서 집중력이 높아지는 점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집중력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선정해 들을 수도 있다. 이밖에 고궁박물관의 전시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궁박물관’, 별자리 관측이나 실시간 천체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스타워크’(star walk), 고갱, 모네, 클림트 등 세계적인 화가 25명의 작품 1000여점을 볼 수 있는 ‘세계의 명화―내 손안의 미술관’ 등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찾아볼 만한 앱도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