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내년부터 5년간 시행할 2차 양성평등기본계획(2018~2022)에서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과 ‘성평등’ 용어를 혼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여성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양성평등’ 용어는 성차별을 심화시키는 역작용 위험이 있어 ‘성평등’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는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여성가족부는 출범 당시부터 부처의 영문 명칭에 영어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사용했고, 이를 번역한 용어인 ‘성평등’과 ‘양성평등’을 혼용해서 쓰고 있다. ‘성평등’, ‘양성평등’은 양성평등기본법 등에서 혼용하고 있는 용어”라며 “이번 20일 발표할 2차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도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은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아니며 2008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정책에 꾸준히 써오던 용어”라며 어느 한 쪽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열린 2차 양성평등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여성가족부가 ‘성평등’이란 용어를 혼용하자, 일부 단체들이 “양성평등이란 용어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논란이 촉발됐다.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 등 기독교계 보수단체들은 18일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성평등’은 합법적으로 동성애를 법제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여성가족부가 우리나라 전통 가족제도를 위협한다”며 정현백 장관의 퇴진과 여성가족부 정책에 관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논란이 커지자 여성가족부는 같은 날 ‘성평등’과 ‘양성평등’ 두 용어를 혼용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여성가족부의 입장에 여성계는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는 “정부는 흔들림 없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일부 혐오세력이 ‘성평등’이란 용어를 왜곡시키며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들은 “‘성평등’은 성불평등에 대한 반대어로, 양성평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양성평등’이란 용어는 성차별 시정을 위한 정책들을 남성과 여성의 양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식으로 오용해 정책의 취지를 무색케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히려 성차별을 심화시키는 역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현행 ‘양성평등기본법’도 ‘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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