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2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올해는 영어 절대평가, 한국사 필수 선택이 처음으로 도입됐고, 지진으로 시험 날짜까지 일주일이나 연기돼 수험생들이 긴장을 많이 했을 겁니다.
이번 수능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바로 국어영역의 비문학(독서) 문제였습니다. 영어영역이 절대평가가 되면서 국어영역이 부쩍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은 연초부터 꾸준히 나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문제를 본 수험생들은 그야말로 동공 지진을 경험했을 것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능 국어영역 가운데 가장 어려운 항목으로 비문학을 꼽습니다. 비문학 분야 고득점을 가능케 하는 독해력과 사고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게 아닌데다, 교육방송(EBS) 교재와의 연계성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유독 어렵게 느끼는 지문은 철학이나 경제, 기술 분야에서 나옵니다. 올해 수능에도 ‘환율 오버슈팅 이론’(경제)이나 ‘허프만 부호화’(기술)를 다룬 다소 길고 낯선 지문이 나와 체감 난도를 확 높였습니다. 이런 지문을 읽을 때 흔히 배경지식의 부족함을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데 수능 국어는 배경지식이 많아야 문제를 잘 푸는 게 아니란 사실을 꼭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고득점 받는 친구들은 어려운 지문 전체를 이해하지 못해도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능 국어영역 가운데 비문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독해 능력이 부족하거나 추론·비판적 문제에 취약한 경우, 그리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독해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문제풀이에 집착하기보다는 지문을 제대로 읽는 연습부터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각 문단 핵심어를 찾고 핵심어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요약한 뒤 글 전체 구조를 대략 파악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하루에 비문학 관련 영역별로 최소 1개 이상 지문을 읽어볼 수 있도록 공부 계획을 짜는 것도 좋습니다.
중위권 학생들은 시각 자료나 보기 등을 이용한 추론 문제, 비판적 시각을 묻는 고난도 문제 등을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영역별, 지문별로 가장 적합한 읽기 방법을 찾아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철학자들의 견해를 다룬 인문 영역 지문이라면 철학자별로 주장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하며 읽어보면 좋습니다.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문제의 선지를 비교해가며 확실한 오답부터 빠르게 없애나가면 정답 맞힐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과학이나 기술 지문에서는 그림이 출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원리를 설명하는 단락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중요 내용을 간단한 기호 등으로 정리해두면 이해가 쉽고 문제풀이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수능 국어영역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할 만큼 시간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어려운 지문에 매달리느라 시간을 무작정 써버리면 시험 자체를 망치게 됩니다. 평소에 시간을 정해놓고 비문학 영역 지문을 빠르게 읽고 푸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길 권합니다. 개인 차는 있으나 실제 국어 시험에서 비문학 영역에는 최소한 30~35분 정도 배정하는 것이 적당합니다. 그러려면 다른 영역들을 최대한 빠르게 풀어야겠죠. 이비에스 연계가 비교적 확실한 문학 영역은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야 합니다. 문법도 철저하게 공부해서 문제 분석과 풀이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해야겠고요.
앞으로도 수능 국어영역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비문학 관련 문제 독해의 성패를 결정하는 독해력은 여러분이 대학에서 공부를 하거나, 회사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도 꼭 갖춰야 할 필수 능력입니다. 새해에는 공부의 기초 체력인 독해력을 길러주는 공부 계획을 꼭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지은이)
※‘찾아라! 내 공부법’의 연재를 마칩니다. 박소정 선생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