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사립초교, 수년간 학생 미충원
재정난에 교사 월급 못 줘 갑자기 폐교 신청
재정난에 교사 월급 못 줘 갑자기 폐교 신청
서울 은평구의 사립 은혜초등학교가 지난 28일 학생 미충원에 따른 재정난을 이유로 서울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에 폐교를 신청했다고 서울시교육청이 31일 밝혔다. 서울 지역에서 학생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가 폐교를 신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혜초가 폐교를 선택한 1차적 이유는 학생수 감소 탓이다. 은혜초는 폐교 신청과 함께 학부모한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사립학교의 회계는 수업료 등으로 이뤄지는데, 신입생 정원이 미달되고 전출생이 과도하게 발생해 재정 적자가 누적돼왔다. 올해에도 신입생 지원자 수가 정원 60명 대비 절반에 그쳤다”고 밝혔다. 현재 은혜초의 재학생은 235명으로 정원 350명의 65% 남짓이다.
은혜초가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예고한 폐교 시점은 내년 2월말이지만 실제 문을 닫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초등학교 문을 닫으려면 교육감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은혜초의 폐교 신청은 기본적 인가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특히 은혜초는 지난 11월 내년에 입학할 신입생 모집을 끝낸 뒤 한 달여만에 폐교 방침을 밝힌 것이어서,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센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이후 학생을 어디에 어떻게 재배치 할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어 폐교 신청을 반려했다”고 말했다.
은혜초의 폐교 신청을 두고, 일부에선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6년 서울교육통계를 보면, 전국의 초등학생 수는 2006년 68만9169명에서 2016년 43만6121명으로 10년새 큰폭으로 줄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일반적 차원의 변화보다는 ‘지역적 특수성’이 더 직접적인 원인이 됐으리라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이 들어선 뒤 학교 증설 요청이 계속될 만큼 학령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이 은평구”라며 “은혜초 근처에 인기 공립초등학교가 상당수 생기면서, 굳이 수백만원을 웃도는 높은 수업료를 내고 지은 지 오래된 사립초에 학생을 보낼 만한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은평뉴타운을 중심으로 한 은평구 일부 학교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아니라 되레 ‘과밀학급’의 문제마저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