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국립대 총장 1순위 후보자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국립대 총장 임용 관련 비정상적 상태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때 장기간 총장 공석 사태를 겪은 국립대들이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총장을 맞지 못하고 대학 구성원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전임 정부의 ‘교육행정 적폐 청산’ 차원에서 해당 대학의 새 출발을 위한 체제 정비에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 임용의 자율권을 각 대학에 돌려주겠다며 ‘국립대 총장 임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학이 선출한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가 오랫동안 임용 제청하지 않아 빚어진 ‘총장 공석 사태’는 해결될 듯했다. 총장이 공석이었던 대학 9곳 가운데 5곳(금오공대·부산교대·목포해양대·춘천교대·한경대)은 지난해 10월 새 총장을 맞이했다.
하지만 1~3년 동안 총장 자리가 비었던 국립대 4곳은 여전히 공석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대(방송대)·공주대·전주교대는 기존 1·2순위자에 대한 구성원 사이의 견해차로 홍역을 앓고 있다.
3년 반째 총장이 공석인 방송대의 경우, 지난 정부 시절 간선제로 선출한 1·2순위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모두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교육부는 학교에 3가지 안 중 선택하라고 다시 의견을 물었다. ① 1순위인 류수노 교수 선임, ② 2순위인 김영구 교수 선임, ③ 총장 재선출 중에서 택일하라는 것이었다. 교수협의회는 총장 공석 사태가 빚어진 지 무려 3년 반의 시간이 흐른 만큼 공약을 재점검하기 위해 총장을 재선출하는 것이 맞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직원노조와 총학생회는 하루빨리 총장 공백 사태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며 1순위인 류수노 교수 선임을 주장했다. 방송대는 교육부가 제시한 의견수렴일 마감을 한 차례 미루고도 학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 사이 갈등도 깊어졌다.
공주대와 전주교대도 갈등이 첨예하다. 공주대는 교육부가 기존 1순위자에 대해 ‘적격’이라고 판단한 뒤 이를 수용할지 학교 쪽에 묻자, 대학 본부는 긴급히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1순위자 수용’ 대신 ‘총장 재선출’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교수협의회와 직원 노조, 총학생회는 온라인 투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주교대도 학내 의견수렴을 위해 긴급히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자, 3년 전 2순위자가 1순위자를 미세한 차이로 제치고 1위가 됐다. 기존 1순위자는 이 투표의 절차를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 중이다. 교육부로부터 기존 1·2순위자 모두 ‘부적격’ 판단을 받은 광주교대만 갈등 없이 총장 재선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혼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에서 제출한 의견을 바탕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논의 중”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보였다. 교수 단체와 대학 노조들은 교육부가 갈등의 불씨만 키웠다고 지적한다. 김영철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상임고문은 “교육부가 적격 판단을 받은 이를 순위에 따라 임명했으면 혼란이 없었을 텐데, 이마저 ‘의견수렴’하라고 돌려보내 학교 안 갈등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실장은 “대학은 교수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직원, 학생 등의 입장이 각기 다른데, ‘의견수렴’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기존에 정한 1순위자를 학교가 번복할 수 있게 해 혼란만 부추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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