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교육 정책을 추진할 때,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가 올해부터 도입된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가운데 유독 교육 분야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는 정책 추진에 앞서 여론을 최대한 살피겠다는 취지다.
29일 교육부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교육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국민 참여 정책숙려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파급력이 큰 정책은 30일에서 6개월 가량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며 “그동안 정부가 정책 형성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정책을 이끌고 나가는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국민 의견을 먼저 듣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정책숙려제를 도입한 배경은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교육개혁 정책과 관련한 혼선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교육부가 확정하기로 했던 ‘2021학년도 대입개편안’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여부에 관한 갈등만 빚은 채 ‘1년 유예’하는 쪽으로 결정된 바 있다. 교육부는 최근에도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역시 1년 뒤로 늦춘 바 있다. 이에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의 6개 정책분야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해보니, 교육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최하위 수준인 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교육 정책이 정책숙려제의 대상이 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민이 논의하길 원하는 모든 정책은 숙려제를 거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는 기존에도 입법예고나 각종 공청회, 누리집 ‘온교육’ 등을 통해 정책 결정에 앞서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다. 다만 이런 과정은 대체로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국민들이 의견을 내는 등 직접 참여하기를 바라는 정책은 이런 과정 및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결정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정책숙려제가 교육개혁 정책의 추진 동력을 되레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제각기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태훈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국민이 납득하고 지지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생명력이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다소 천천히 추진하더라도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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