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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방대 살려야 나라 건강…거점 국립대는 연구중심대로”

등록 2018-02-01 19:12수정 2018-02-20 23:27

【짬】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지역분권은 교육 분산입니다. 개헌을 통해 진정한 교육자치가 구현되어야 합니다.”

지난 17일 부산대 총장실에서 만난 전호환 총장의 얘기다. 그는 “사람 몸도 머리와 심장만 좋다고 튼튼한 게 아니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역경제가 살려면 지역인재를 키우는 지방대학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또 다른 중요한 직함을 가졌다. 거점 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이다. 1년 임기인데 정부를 상대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달라는 전국 10개 국립대 총장들의 바람이 담겼다. “거점 국립대는 대한민국의 혁신을 주도하는 동력입니다. 평소 소신대로 할 말은 하겠습니다.” 협의회는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10개 국립대 총장들의 협의체다. 국립대 발전 방안을 협의하고 교육개혁을 선도적으로 이끌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해 7월엔 처음으로 공동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전 총장이 제안했단다. 전 총장은 오는 4일 독일을 방문해 독일의 주요 국립대 9곳과 자매결연을 체결한다. 협의회는 일본 국립대 7곳과도 접촉중이라고 한다.

그는 수도권의 주요 대학 집중을 문제로 거론했다. “다른 선진국 수도에는 대학들이 몰려 있지 않아요.” 수도권에 유명 대학이 몰려 있다 보니 강력한 부동산 규제대책에도 서울 강남의 집값은 계속 오르고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한다고 본다. 교육 분산이 나라를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국립대 유일의 직선 총장
직선제 투쟁끝 2016년 취임
‘거점 국립대 총장협’ 회장도

“불의 맞선 용기, 대학 존재 이유
간선제 하려면 법 바꿨어야
정원 연계 대학 구조조정 문제”

그는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정책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에는 지방분권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들이 지방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뚝심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전국 국립대 유일의 직선 총장’이기도 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재정지원을 무기로 총장 직선제 포기를 종용하자, 고현철 부산대 국문학과 교수가 2015년 8월 ‘직선 총장 사수’를 외치며 부산대 장전동캠퍼스 본관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이를 계기로 부산대 교수들은 총장 직선제 사수를 결의했다. 이어 11월 교수들과 교직원·학생 대표는 직선 총장을 선출했고, 전 총장이 1위를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전 총장의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16년 5월에야 임명했다.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고수하는 부산대를 상대로 재정 옥죄기를 해서 학생 피해가 불가피하자 부산대 교수 1200여명은 급여 일부를 반납했고 대학 민주동문회도 성금을 걷어서 모교에 기탁했다. 부산대의 이런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불의에 맞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대학의 존재 이유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학의 저항정신이 없었다면 민주화도 선진국도 될 수가 없었다. 만약 제가 독주를 한다면 교수회에서 지적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정반합의 원리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난 정부 때까지 총장 간접선거를 강요한 교육부에 쓴소리를 했다. 법률에 대학 총장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했는데 이를 거스르는 정책은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선제를 하려고 했다면 먼저 법을 바꿔야 했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교육부는 간선제 정책을 포기했다.

전 총장은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에 올라서면 다른 국립대들이 올라선다. 박세리가 우승하면서 한국의 골프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 된 것과 같다. 거점 국립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데 거점 국립대를 밀어주는 것이 다른 대학을 키우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의 미래 모습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대학을 주목한다. 캘리포니아주에는 박사 과정을 설치한 연구 중심의 10개 대학과 학사나 석사 학위만 주는 4년제 대학 20여개가 있는데 중요한 사항은 총장들이 협의해서 결정한다고 한다. 전 총장은 “요즘 대졸 실업자가 고졸 실업자보다 많아서 대학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데다 저출산으로 입학할 학생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어 대학들은 협업해야 한다. 거점 국립대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대학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부산의 국립대 4곳 가운데 3곳에 조선공학과가 있어요. 조선공학도를 공동으로 뽑아서 같이 가르쳐서 각각 졸업장을 주면 됩니다. 나중에 학생이 줄어들면 하나로 통합하면 되지요.”

교육부가 그동안 해온 대학 구조조정안의 문제도 지적했다. 정원과 연계한 공모사업을 예로 들었다. “대학 구조조정의 목적은 부실 대학 퇴출인데도 잘하는 대학이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학생 수를 계속 줄여왔어요.” 경쟁력 있는 대학에 재정을 몰아주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사진 부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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