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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주식품 궁금해? 연구원한테 이메일 보내봐

등록 2018-02-05 20:25수정 2018-02-06 10:03

[함께하는 교육] 덕후의 공부법
3…2…1…. 발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가는 순간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입니다. 과학자를 꿈꾸던 초등학교 6학년 시기의 저는 우주정거장에 있는 이 박사와 방송국 간의 생중계 대화를 흥분하며 시청했습니다. 과학, 수학 분야가 좋아 막연히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던 상황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대상은 바로 우주정거장 생중계 장면에서 우주인들이 맛있게 먹던 ‘한국형 우주식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책을 읽고 수업을 들으며 ‘공부’는 했지만 무언가를 ‘탐구’해 결과물을 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죠. 방법은 모르지만 의욕은 충만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형 우주식품에 대한 연구활동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난관은 일찍 찾아왔습니다. 당시 비매품이자 연구 프로젝트로 개발한 한국형 우주식품을 구해보고 싶었는데 일반인이 구할 수 없었습니다. ‘초딩’이라 불리던 12살의 제게는 더욱 힘든 일이었고요. 여러 방법으로 우주식품을 구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건 우주식품을 따라 한 해외 과자뿐이었죠. 첫 연구가 좌절되기 직전, 우연히 뉴스에서 한국형 우주식품을 개발한 한국식품연구원 연구담당자 인터뷰를 보게 됐습니다. “이거다!” 용기를 내 연구원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답변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포기하려던 순간 놀랍게도 답신이 왔습니다. 제 연구에 대한 격려와 한국형 우주식품 10종을 보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직접 우주식품을 맛보며, 나름의 첫 연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탐구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도 모르던 저는 ‘논문’이라는 걸 처음 알고 흉내를 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어설프고 허접한 연구물이 완성됐죠. 결과는 어설펐지만 연구활동을 마음먹은 순간부터 연구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경험은 초등학생이던 제게 큰 도전이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잡다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공부보단 만년필, 레고, 디자인 등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한번 관심을 가지면 짧은 시간 동안 해당 분야의 모든 제품군을 섭렵하고 나름의 분석과 분류를 하며 즐거워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산만하다’는 말도 듣곤 했습니다. 단순히 ‘산만하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몰입할 수 있는 한 분야를 찾게 한 건 바로 연구활동이라는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아주 사소한 영역에서라도 자기만의 연구 주제를 정해 어설픈 논리라도 갖고 분석해나가는 과정은 상당한 교육적 효과가 있습니다. 청소년이기에 생기는 여러 제약을 창의적으로 극복하는 능력, 자기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 논리적인 글을 써보는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는 대학 공부에서 필요한 역량을 미리 키워주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학에 와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 연구활동은 대단한 주제와 뚜렷한 연구성과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분야를 탐구할 때 동기 부여를 가장 잘하는지 알아보는 기회로 생각해도 충분합니다.

때론 엉뚱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를 좋게 봐주고 격려해주는 주변의 응원도 필요합니다. 요즘 학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통섭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죠. 시대가 원하는 미래 혁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주 사소한 주제라도 관심 가는 데 대한 탐구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이세영(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 전공, 한국청소년학술대회 KSCY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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