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원 마지막 날인 5일 서명 인원 20만명을 돌파, 21만 3219명의 동의를 받았다.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다”는 청와대 입장에 따라 해당 청원도 관계 부처 장관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6일 한 청원인이 올린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을 보면, “아직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여성 비하적 요소가 들어있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며 사용한다”며 청원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청원인은 “선생님들께 말씀드려도 제지가 잘 되지 않고 아이들 또한 심각성을 잘 모른다. 이러한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개선해나가야 하지만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 페이스북에서 이미 자극적인 단어들을 (배워) 중·고등학생뿐만 아닌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쉽게 쓰인다”라며 “아이들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선 주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뿐만 아닌 선생님들까지도 배우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교에서 여성혐오 표현을 듣거나 접해봤다는 응답은 약 60%에 달했다. 여성혐오 표현을 ‘드물게 경험’한다는 응답자는 31.9%(202명), ‘가끔 경험’은 17.9%(113명), ‘자주 경험’은 7.4%(47명)였다. ‘항상 경험’한다는 응답자도 2.1%(13명)가 나왔다. 반면 ‘한 번도 듣거나 본 적 없다’는 응답자는 40.8%(258명)이었다.
이번 청원은 마지막 날 서명이 대폭 몰려 ‘20만명 달성’에 성공했다. 마감일인 5일 오후 5시까지도 15만명 정도가 동의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에스엔에스(SNS)를 중심으로 ‘청원 독려’ 운동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미래 세대가 학교에서부터 평등을 배우는 것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낙태죄 폐지 때 같은 엄청난 막바지 러쉬로 20만명 채웠으면 좋겠다”(@g_gl******), “7시간여 만에 남은 5만명을 채우는 기염을 토할 수 있을까요. 낙태죄 폐지 서명 때의 기세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inl********), “저는 예비교사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당연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교내 페미니즘이 당연한 것이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ras*****), “가장 가깝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존중과 차별에 대한 정의를 배우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eni*********)라며 서명을 독려했다.
한편, 이번 청원에 맞서 “서명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을 무효해 달라”는 청원도 다수 올라왔지만 동의한 인원은 대개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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