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대학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서열화 완화를 위한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해결하고 싶은 핵심 과제로 꼽았다. 지역균형발전을 꾀하려면 주요 사립대학의 구실과 위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구축과 공영형 사립대 육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분야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김상곤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학개혁과 관련해 “고등교육에서 국공립대학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하는데, 서열주의로 지역의 모든 대학이 수도권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등교육의 서열화와 지역 편차를 조정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지역 거점(국립)대학과 주요 사립대학이 지역에서 중심을 잡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선진국의 대학은 교육만이 아니라 지자체에 조언·제안을 하는 일도 맡는 만큼, 우리 대학도 지역발전의 동반자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교육기관 구실에 그치지 않고 지역 간 균형발전까지 이끌 수 있으려면, 국공립대학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등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란, 전국의 국공립대학이 공동의 운영체제를 마련한 뒤 수업 및 학점을 교류하고 더 나아가 공동입학·공동학위까지 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리면 지역의 주요 사립대학, 곧 ‘공영형 사립대’로도 이런 운영체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등을 발표할 때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추진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교육부는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를 최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기·강원·충청 등 권역별 국립대 기획처장 회의를 통해 이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2월말 정책자문위원회를 거친 뒤, 늦어도 3월까지는 네트워크 방안이 포함된 ‘국립대 발전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정책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의 네트워킹이 가장 바람직한지 등에 관한 대학별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국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430곳 가운데 사립학교가 372곳(86.5%)에 이를 정도로 국립대 육성 정책이 없었던 점을 반성하고, 정부의 고등교육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대학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에 대해 김 부총리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김 부총리는 전교조 합법화 방안과 관련해 “노사 문제와 관련한 모든 사안이 노사정 대표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논의됐으면 좋겠다”며 “거기서 여러 의견을 반영한 방안을 내놓으면 정부도 그 제안을 존중하면서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7월26일 전교조 집행부와 간담회를 열어 “교육 파트너로 (전교조와) 동반자적 관계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문제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하면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발언에 비춰볼 때, ‘사회적 대화를 통한 법외노조 논란 해소’는 한층 후퇴한 발언으로 읽힌다.
한편 김상곤 부총리는 인터뷰 과정에서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논란이 컸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1년 유예,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규제 등 정책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안에 대해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정책 추진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었으며, 이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직접 사과했다. 그는 “공교육 강화, 공교육 정상화라는 테마 그 자체는 국민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공교육을 통해 자녀들이 성장하고 일자리와 시민의식을 갖추게 하는 게 바람직하고 사교육에 대한 의존성이 일종의 관행처럼 될 수밖에 없었던 제도를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냐가 최대 고민의 지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감 시절과 비교할 때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존재감이 아직 미약하다는 지적에 김 부총리는 “교육감 시절엔 보수 정부 아래에서 중앙과 지방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중앙에 있으면서 시·도교육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굳이 앞에서 끌고 나갈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앞으로는 자주 보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등을 통해 권역별 공론화 과정이 생길 때, 앞에 나서서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도 이끌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 참고 기사 : 대학서열화 깰 첫발은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인터뷰 이재성 사회1에디터, 정리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